[스크랩] 오은선, 타블로, 그리고 김태호까지... 참 •거짓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책임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반액세일 돼서는 안된다!
오은선(44)의 칸카중가 (8586m) 등정 의혹과 관련, 26일 자체 검증에 나선 대한산악연맹이 정상 등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오은선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당분간 ‘14좌 완등자’ 대접을 못 받게 됐으며, 국제적으로는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 여성’의 타이틀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오은선이 지난해 5월 칸첸중가에 올랐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국내 산악인들이 등정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해명과 의혹 제기가 수개월째 반복됐으며, 올 4월 14좌 완등의 마지막 봉우리였던 안나푸르나 등정을 전후해서는 14좌 완등 경쟁자였던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까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히말라야 완등의 공인 기관처럼 여겨졌던 엘리자베스 홀리 씨가 “나는 기록자일 뿐”이라고 한 발 뺐지만, 세계 최초 14좌 완등자 라인홀트 메스너(이탈리아)가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은 맞다”고 말했고 파사반도 “내가 두 번 째임을 인정한다”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주요 해외 산악 사이트에도 오은선이 21번째이자 여성 첫 번째 14좌 완등자로 올라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오은선과 칸첸중가를 같이 오른 셰르파 중 한 명이 ‘오은선은 정상에 가지 않았다’고 말하며 의혹이 다시 불거졌고, 지난 21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칸첸중가 등정 의혹을 아주 구체적이고 진지하게 다시 거론하면서 논란이 극에 달했다. 결국 대한산악연맹은 국내에서 칸첸중가를 오른 7명(불참한 서성호는 전화로 의견 표명)을 모아 논의한 결과, ‘미등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오은선이 다시 반박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한국 산악계 전체를 진흙탕으로 몰아넣고 결과적으로는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오은선은 “준비 중인 자료가 확보되면 언제든지 모임에 응하겠다고 말했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로 논란이 재점화 된 지 5일 만에 내가 참석하지 않은 자리에서 결론을 내고 발표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칸첸중가뿐만 아니라 모임에 참석한 산악인이 오른 히말라야 8000m급 모든 고봉의 정상 사진을 갖고 비교하자고 공개 요구했다. 결국 과거 국내 산악인의 많은 등정이 의혹을 받고 14좌 완등자 3명의 기록에 대한 재검토가 잇따르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 7명이 등정한 모든 봉우리의 정상 사진이 완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로 국내 14좌 완등자 중 한 명은 하산 도중 카메라를 잃어버려 정상 사진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세계 산악계와 언론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피 튀기는 논쟁이 한국 산악인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었음에도 일언반구 없다가 단 며칠 만에 획기적으로 참신한(?) 결론을 냈다는 것, 관료주의적인 대한민국의 스포츠 연맹들이 본받아야 할 혁신임에는 틀림없겠지만, 세계 등반사를 고쳐 써야 할지도 모르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대한산악연맹의 결정이 너무 성급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비난의 대부분은 오은선에게 향할 것이며 스스로 책임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주장하는 것처럼 아직 등반 여부가 판명난 것도 아니고 무 자르듯 몇 명이 모여 결론낼 일도 아니지만 그동안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그녀가 한 것이라는 ‘신만이 안다’, ‘나는 떳떳하다’는 그런 감성적 발언과 여성의 무기라 할 수 있는 눈물뿐이었다. 의혹을 푸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엄정한 사실과 당당함뿐이다. 더욱이 이미 철녀라는 별명을 얻은 그녀의 눈물은 무기로서 날카로움은 사라진 상태인데다, ‘나만 그러냐, 너는 안 그러냐’며 ‘눈에는 눈’ 식의 무책임한 도발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예 용도폐기됐다는 느낌이다.
오은선 사태에 이어 타블로 사태 또한 점입가경이다. 안티 팬들의 질기고 무자비한 연타 공격성 의혹 제기와 타블로 본인의 찔끔거리는 해명에 식상하다 못해 짜증이 나는 상황에서 학력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특수팀까지 나섰다고 하는데 과연 의혹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며, 잠재운다 한들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기는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MBC 시사교양국 관계자는 “‘스페셜-타블로의 학력논란(가제)’편이 현재 취재 중에 있다. 오는 9월24일께 방송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작진은 타블로와 함께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 동행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상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예계와 언론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끊이지 않으며, 타블로 본인이 소송까지 검토하게 만들기도 했던 ‘타블로 학력 논란’이 완전히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은 3년전 한 네티즌이 스탠퍼드대 졸업자 명단에 타블로의 이름(Daniel Armand Lee)이 없다며 가족들은 전부 매장당하고 소속사도 망할 것이라는 글을 인터넷에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타블로 측이 해명을 하고 일부 언론이 타블로의 스탠퍼드 입학, 졸업 사실을 확인했지만, 일부 네티즌은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며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형제와 부모의 학력검증에다 국적 문제까지 꺼내는 최악의 상황까지 갔다.
이 같은 지난한 공방전 속에서 타블로의 학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안티 팬들이 줄기는커녕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는 이름의 네이버 카페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MBC의 취재소식이 전해지자 MBC 성기연 PD의 사진을 비롯해 전화번호, 사원번호 등을 공개하며 맹공을 퍼붓는 등 안티 MBC 세력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일부 카페 회원은 MBC 스페셜’ 제작진이 타블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하여 자료를 모두 제공했지만 바로 다음 날 타블로와 함께 미국 스탠퍼드로 날아가 취재를 진행했다며 속았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회원은 "MBC로부터 받은 두 통의 이메일을 공개하며 제작진 측에서 스탠퍼드 대학교 동행취재 및 인터뷰에 응해줄 것을 요청해왔으나 타블로 측이 나를 매수하거나 암살하려는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MBC측은 카페가 가지고 있는 타블로 관련 자료를 제공받았고, 몇몇 회원들에게 동행취재 요청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자료를 요청한 것이 속인 것이라는 것은 억지에 가까우며, 동행취재를 하다가 매수당하거나 암살당할 거라고 생각한 것은 과대망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MBC가 특별취재팀을 구성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생각해보면 지금 타블로를 둘러싼 의혹이 필요 이상으로, 그러니까 사회병리로 취급될 만큼 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시 이 경우도 오은선의 경우처럼 타블로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의혹을 한꺼번에 해명할 수 있는 졸업장이나 졸업증명서, 학위증명서 등을 제시하지 않고 졸업사진이라든가 학기별 성적증명서 등 부분적인 입증자료만 제출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우수한 성적으로 조기 졸업했다는 식의 사실상 가수로서의 능력과는 무관하다고도 볼 수 있는 신변잡기식 미화에만 열을 올림으로써 정서적 반발을 샀던 것은 아닌가 이 말이다.
그런데 사건의 처음 상태로 돌아가 보니 가수 하나가 일류대를 나왔고 안 나왔고에, 석사를 따고 말고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으냐 하는 점이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가수가 노래로 승부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노래 아닌 다른 것으로 가수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팬들에게도 이번 사태의 책임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MBC의 자충수다. MBC는 PD수첩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의혹을 제기한 뒤 아님 말고 식으로 시청률을 올리는 데 익숙한 ‘오렌지 저널리즘’에는 능숙하겠지만 부풀려진 의혹을 석명하게 밝혀내는 데는 손 놓은지 오래된 것으로 아는데 어쩌자고 이런 일에 끼어든 것인지, 그래서 대부분 MBC가족임에 틀림없는 ‘타블로 안티팬’들과의 결별을 선택하게 됐는지 의문스럽다.
마지막으로 김태호 총리 지명자의 거짓말 사건이다. 김태호 사태는 어쩜 오은선-타블로로 이어지는, 그리고 사실은 MC 몽 등의 경우처럼 꼬리를 물고 번지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의혹사태의 정점에는 지도층의 ‘저렴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게 만든다.
김 후보자는 지난 25일 국회 청문회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알게 된 시기 등과 관련, "박 전 회장과 김태호 지사가 2006년 10월 3일 오후 1시쯤 골프를 치지 않았냐"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2006년) 가을 쯤 운동을 했다"고 답했다.
사전에 제출된 서면답변서에 2007년부터 박 전 회장을 알았다고 답했고, 이날까지 있었던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2007년 2월 박 전 회장을 처음 봤다면서도 2007년 4월 강서식당을 방문한 것이나 난동 사건 전날에 박 전 회장과 만난 사실을 부인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이 같은 김 후보자의 '말바꾸기'에 야당 의원들은 "그래놓고도 박 회장이 돈을 줬다는 얘기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하느냐"며 강력 반발했으며 여당 의원들도 김 후보자의 오락가락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터져 나오는 의혹 속에서도 김 후보자는 "까도까도 나올게 없다"고 항변하여 ‘양파 총리 논란’으로 대서특필되고 있다.
이처럼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지만 본인은 기억이 없다거나 까도까도 나올 게 없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직무수행과 무관한 사소한 잘못까지 트집 잡는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라는 역공을 시도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야당이 김 후보자를 통과시켜주면 '결정적 하자'가 있는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낙마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빅딜설'이 돌기도 했다.
도덕과 윤리가 사소한 잘못이라는 생각, 그것을 문제 삼으면 국정발목잡기라는 아전인수식 해석, 그리고 타협으로 잘못도 덮을 수 있다는 독선이야말로 오은선-타블로 사태로 상징되는 현재 대한민국의 도덕성 수준의 바로미터, 그러니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반액 세일하는 시류는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