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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미국, 금융개혁법 최종 합의안에 대한 감독당국ㆍ업계 등 반응

다니엘22 2010. 9. 25. 19:08

현실적 한계를 반영한 최소한의 개혁에 그쳐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사에서 현재 한국은행법 1조에서 정하고 있는 ‘물가안정’이라는 목표를 넘어 ‘고용’과 ‘금융 안정’을 한은이 추구해야 할 새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은행이 끊임없이 지향해온 목표이며, 아울러 한은법 개정을 요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한은이 고용 등 경제성장과 관련한 문제에도 적극 관여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과의 감독권 문제도 걸림돌이 될 뿐더러 스스로 지고의 목표로 삼아온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제한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이 문제를 김 총재가 적극적으로 언급한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흥미를 끌게 된다.


하지만 MB실세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잠재우면서 사실상 정권의 코드에 한국은행의 코드를 맞출 수도 있는 현실적인 타협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김 총재의 취임 시점이 미국에서 금융감독제도 개편이 한창 진행 중이던 시점이라는 점 또한 그러한 관점에 무게를 실어준다.


김 총재가 취임사에서 강조한 방향으로 한은법이 개정된다면 그것은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고용 및 성장률 제고를 통한 국민경제 발전”이 포함돼 있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하 연준)의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IMF이후 한국이 코드를 맞춰온 영국식 금융감독시스템을 미국의 금융감독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미국의 연준 이하 금융감독시스템의 개혁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 금융감독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으며, 우리의 중앙은행 모델이 미국의 연준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한지 여부에 대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점에서 지난 6월 25일 미 양원 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마련된 ‘금융규제개혁법 최종 합의안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25일자 최종합의안은 7.4. 이전 의회표결 및 대통령 서명을 거쳐 시행될 예정인 바, 정부ㆍ감독당국 및 업계 등의 명차하는 가운데, 관련 금융감독기관 간, 개별금융기관간, 업권별로도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평가와 의견이 존재하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연방준비위원회(FRB or Fed)


연준은 금번 합의안에 따라 새로운 권한을 많이 확보하게 되었다. 연준 산하는 물론이고 OCC(통화감독청), OTS(저축은행감독청), FDIC(예금보험공사) 등 라이벌격인 각 권역별 감독기구의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흡수ㆍ통합하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CFPB 또는 (가칭)금융소비자보호청 Bureau of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CFP)를 산하 기구로 신설하는 개가를 올렸을 뿐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복합금융회사의 분사 권한 등을 부여받았다.


물론 향후 연준(Fed)이 금융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아울러 향후 미 의회의 연준(Fed)에 대한 감시 및 개입이 확대될 전망이지만 이는 권한에 따른 최소한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연준 중심의 금융감독지주회사 시스템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FDIC)


예금보험공사(FDIC)는 기왕에 보유하고 있는 은행에 대한 지원권한(backup authority)과 유사한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지원권한을 확보함으로써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FDIC는 시스템상 중요한 금융기관(systematically vital firms)을 사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금융부실 정리기금(resolution fund) 설립과 관련된 입법안 마련에 실패했다. 특히 하원 안에서는 동 조치가 마련되었으나 상원의 반대로 무산됨에 따라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일견 국법은행(state-chartered bank)에 대한 연방 감독기능과 일부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감독권한을 확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준(Fed)이 이들 분야에 대해서도 여전히 권한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크게 나아진 게 없다는 평가다.


(오바마 정부 및 재무부)


시장에서는 금번 개혁안 합의의 가장 큰 승자는 아마도 오바마 정부와 재부(Treasury department)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의료개혁법 통과에 이어 또 하나의 커다란 개혁입법에 관한 양원 최종 합의안을 마련함으로써 개혁적 이미지를 확고히 했으며, 재무부는 보다 광범위한 금융감독권한을 보유하게 되었다.


새로운 금융개혁법하에서 재무부는 금융정책의 단순 조정자 역할에서 탈피하여 금융안정협의회(Financial Stability Oversight Counsil, FSOC)의 의장으로서 시스템 리스크를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FSOC는 시스템리스크를 모니터링하여 대처하기 위하여 설립된 정부와 금융감독기구 간 협의회로서 의장인 재무부장관 외에 FRB(연준이사회), SEC(증권거래위원회), CFTC(선물거래위원회), OCC(통화감독청), FDIC(예금보험공사), FHFA(주택금융청), CFPB(금융소비자보호기구), 보험전문가 등 10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특히 FSOC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특정 금융기관이 FDIC의 파산관리를 받지 여부를 결정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금융기관)


세금인상 등을 포함하여 금융개혁법의 주된 규제대상이었던 대형은행들도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형은행들은 자산운용 및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 많은 규제를 받게 되었지만, 다수 금융전문가들은 Glass-Steagall법 제정 당시와 유사한 급속한 개혁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대형은행들이 금번 금융개혁법 합의의 최대 수혜자(big winner)라로 보고 있을 정도다. 금번 개혁안에도 불구 “대마불사(too-big-to-fail)"의 개념이 사라지지 않았으며 대형은행들은 여전히 자금확보의 우위(funding advantage)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저축은행 등 중소형 은행(Community Bank)도 FDIC의 예금보장한도 확대(10만 달러에서 20만 달러) 및 안정적 보장시스템의 확장(2년 한시적 시행에서 영구시행)되었으나, 현금카드(debit card) 이용고객들에 대한 수수료 인상 등이 금지됨으로써 큰 메리트는 없다는 평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의 금융개혁법 최종안은 연준 중심의 감독시스템 강화와 대형은행 중심의 금융소비자 보호제도 강화로 요약되는데, 금융개혁법 자체가 미국에서도 극히 제한적인 현실적 타협에 기초한 최소한의 개혁이라는 평을 받고 있듯이 한국에 시사하는 바 역시 극히 제한적으로 생각된다. 


우선 한국의 경우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미국의 연준과 동일한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의 연준이 중앙은행의 통화감독 기능과 제1금융권에 한정된 금융감독기능(은행감독기능)을 함께 맡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는 한국은행이 통화감독을 맡고 있는 반면, 금융감독기능은 별도의 금융감독기구가 담당하고 있는 분리된 시스템이다. 반면 금융감독시스템이라는 영역에 초점을 맞춰놓고 보면 이제야 미국이 금융소비자 부문에 국한해서 권역별 통합 소비자보호를 하기 시작한 초보적 통합단계를 거치는 단계라면, 한국은 은행 및 제2금융권, 보험, 금융투자 등 모든 금융권에 통합적 감독을 하고 있는 고도화된 단계를 거친 상태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 예보공사, 자산관리공사를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재무부가 금융개혁법안으로 얻게 된 금융감독기구에 대한 협의조정권 이상의 통할권이 이미 정부에 있으며, 금융소비자보호 기능도 이미 통합 금융감독원이 맡고 있어 새로 통합하고 말고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어찌보면 미국이 이제서 한국의 통합 금융감독시스템을 따라오기 시작한 것이라는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통합 금융감독기구인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를 산하에 두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통화감독권만 갖고 있는 우리의 경우를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려운 시스템이지만, 미국에서 제1금융권의 감독기구인 연준이 금융소비자보호의 주도권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은 이를 아전인수로 해석할 소지가 있을 것이며, 크게 고무되었을 것임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 재무부가 새로 얻게 된 연준 등 금융감독기구에 대한 통합조정권이나 감독권 행사에 대한 부분은 애써 외면할 것임도 역시 불문가지일 것이다.


처음에 말했듯 한국은 IMF 이후 미국식에서 영국식의 금융감독시스템으로 이행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개혁법안이 시사하는 바는 크지 않고 특히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신설도 기존의 각 감독기구가 담당해온 소비자보호기능을 통합하여 하나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미 금융감독원이 통합적인 소비자보호를 해오고 있는 한국에 특별한 시사점이 없는 것 같다. 따라서 미국의 금융개혁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아 중앙은행기능과 금융감독기능의 전면적인 재편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정부는 정부대로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대로 아전인수를 하는데 필요한 자료만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이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통화감독과 금융감독이 분리되는 것이 맞는지 통합되는 것이 맞는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정부의 책임성이라는 상반되는 가치 판단의 문제, 그리고 독립성의 차선책으로서 중립성의 수용 여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나 또한 너와 같이
글쓴이 : 여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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