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고튼 모델,블랙-숄스 공식,경향신문 송윤경 기자.
경향신문 송윤경 기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mode=view&code=920100&artid=20081223174901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mode=view&code=920100&artid=20081223175318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mode=view&code=920100&artid=20081223173622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12231736225&code=92010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mode=view&code=920100&artid=200812231741045
http://enc.daum.net/dic100/contents.do?query1=10XX270043
부채 담보부 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증권으로서 여러개의 주택저당증권(MBS)를 묶어 CDO를 만들게 되며, 투자은행이 CDO를 만들어 다른 금융기관에게 매각할 때 위험부분만을 따로 떼어내서 CDS를 별도로 만들어서 일정 보증료를 지불하고 다른 금융기관에게 보증에 대한 책임을 맡긴다.
부연하면 A라는 투자은행이 B라는 금융기관에게 CDO를 매각시, 위험부분만을 떼어 내서 C라는 금융기관(주로 보험회사와 암박, MBIA와 같은 재보험회사가 매입)에게 일정 보증료(프리미엄)을 지불하고 CDS를 맡긴다. 이후 만약에 CDO를 구성하고 있는 MBS에 채무 불이행 사항이 발생하여 부실이 발생하게 되면, B는 C에게 일정 규모의 보험료를 요구하게 되고, C는 B에게 보험료를 지불하게 된다.
여기에 A 투자은행은 발행한 CDO의 원할한 매각을 위하여 CDO 자체에 대해서 신용등급을 부여할 수 있는데, 이 CDO에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회사는 S&P와 같은 신용평가 회사이다. 2008년 11월 나온 기사[출처 필요]에 의하면 월가의 투자은행 - 보험회사 - 신용평가 회사 이들 3자가 탐욕에 물들어 엉터리에 가까운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CDO를 매매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아직 재판으로 공식 판결이 나온 것이 아님.).
2007년 상반기 까지 5000억달러의 CDO가 발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DO는 위험한 부분을 따로 분리시켜 놓았고, 신용평가 회사로부터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줄을 서면서 매입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 사항
- CDO는 위험도에 따라 제일 높은 순서부터 시니어, Mezzanine, CDO equity 로 분류
- 여러 개의 CDO를 묶어서 복합 CDO를 발행하기도 했음
- 이렇게 MBS와 CDO 가 복잡하게 얽히고 섞이면서 신용등급 부여 자체와 CDS 자체가 무의해지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 그 본격적 악순환의 시작은 2007년 8월 9일 BNP 파리바의 자사 3개 헤지펀드에 대한 일정 기간 환매중지 사태였다.
채무담보부채권(CDO)이란 주택대출채권과 회사채,자산담보부증권(ABS) , 주택저당담보증권(RMBS)등을 한데 묶어 만든 유동화 채권을 말한다. 월가의 투자은행(IB)들은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들을 섞어 새로운 신용등급을 가진 CDO로 만들어 팔아 왔다. 따라서 CDO가 높은 등급이라도 그 안에 편입된 채권은 부실한 것일 수도 있다.
ABS, RMBS가 1차 파생금융상품이라면 CDO는 2차 파생상금융품으로 보면 된다.
여기서, ABS(Asset Backed Securities)는 자산담보부증권으로 말하는 것으로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이 회사채나 주택이 아닌 상업용 부동산에 관한 담보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발행한 금융파생상품을 의미한다.
ABS, RMBS, CDO등 증권화 작업 최종단계에서 보증전문회사인 모노라인의 보증과 이에 기한 신용펑가기관의 트리플 A의 최상등급의 신용등급이 부여 되어 리스크가 없는 안전한 자산으로 둔갑하여 금융시장에 매물로 나가는 것이다.
GSE(미국주택금융공사, 페니 맥,프레데 맥)가 발행한 RMBS, 월가 투자은행이 발행한 ABS, CDO에 대하여 이를 매입하는 국내외기관투자가나 국내외 헷지 펀드는 동 증권의 발행인이나 원채무자가 채무물이행에 빠지는경우에 투자원금을 손실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손실을 회피하기 위하여 가입하는 보험이 바로 "CDS(크레딭 디폴드 스왑)인 것입니다.
이와 같이 파생상품의 거래에는 반드시 CDS 거래가 따라가게 되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CDS 보험상품을 주로 취급한 금융기관이 미국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는 미국의 대형보험회사인 AIG 보험사입니다.
이를 세부적으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신용디폴트스와프(CDS)란 채권매수자가 해당 기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원금을 상환 받을 수 있도록 매입하는 보험성격의 신용 파생상품이다. 예를 들어 A은행이 B기업이 발행한 100억원어치 채권을 매수했을 경우, 만약 B기업이 도산하면 A은행은 100억원을 돌려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A은행은 C은행에 연 0.3%의 프리미엄(수수료)을 주고 CDS를 매입한다. C은행은 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B기업이 도산할 경우 A은행에 10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CDS보험은 그 목적물인 파생금융상품(ABS,CDO,RMBS)와 별개로 또하나의 파생금융상품으로 시장에 유통되었다. 일단 창출된 CDS보험증권을 제3자(금융기관, 기관투자가, 헷지 펀드)가 원인수자(보험회사)로부터 다시 높은 수수료를 받고 CDS위험을 인수하는 것이다.
참으로 복잡한 거래 구조이다.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안전성 99% 확률’만 믿고 ‘위험’을 팔고 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의 특징은 위험이라도 돈받고 팔아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험을 사고 파는 행위는 위험은 측정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경향신문은 파생상품 평가에 쓰이는 확률 모형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적용, 위험을 계산해 봤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벌이는 주사위 게임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시뮬레이션 적용은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박사과정 황근호씨의 도움을 받았다.
1. 위험맞춤형 상품, 부채담보부증권(CDO) 만들기
돈 빌린 사람의 과거 기록 수집

시뮬레이션을 위해 ㄱ은행이 집을 담보로 저소득층 100명에게 1억원씩 빌려줬다고 가정했다. 돈을 빌린 사람들은 원금과 이자를 5년 간 나누어 갚기로 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차용증서를 작성했다고 상정했다. ㄱ은행이 이 차용증서 묶음을 투자은행에 팔면, 투자은행은 이 차용증서 묶음을 담보로 파생상품(CDO)을 만들 수 있다.
이제 차용증서 묶음을 사들인 투자은행이 이 묶음으로 어떻게 파생상품 CDO를 만드는지 살펴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도 계산이다. 이들 100명이 5년 동안 원리금을 얼마나 갚을지를 예측해야 한다. 이 예측을 위해서는 돈을 빌려간 사람들의 과거 대출기록, 소득, 주거지, 주택유형 등 각종 정보가 필요하다. 이 정보를 다 얻었다고 치자.
이 정보들을 토대로 돈을 빌려간 사람이 1년 내에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확률(연간 부도율), 돈을 빌려간 사람이 돈을 떼어먹을 경우 집을 경매에 부쳐 원리금을 돌려받을 있는 비율(회수율)을 구해야 한다.
또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얼마나 동시 다발적으로 돈을 떼어먹는지를 보여주는 ‘부도 상관계수’가 필요하다. 상관계수란 돈 빌린 이가 돈을 못 갚을 경우, 다른 대출자도 똑같이 갚지 않을 확률에 관한 값이다. 상관계수가 높다는 것은 다같이 갚거나, 다같이 못 갚을 확률이 높은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상관계수가 낮다는 것은 돈빌린 이들이 갚거나 안갚는 등 서로 반대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큰 것을 뜻한다.
세가지 값을 구하는 과정은 간단한 동시에 복잡하다. 100명의 정보를 수학모델에 따라 컴퓨터에 입력하고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수학모델 속에서 계산이 이뤄지는 과정은 금융공학 전공자들도 짧은 시간 내에 설명하길 꺼릴 정도로 대단히 복잡하다.
그러나 핵심은 ‘과거 유사 조건을 가진 대출자들의 행동’을 바탕으로 한 확률 계산이다.
경우의 수 10만개 구하기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돈을 빌려간 이들에 대한 정보가 없는 관계로, 다음과 같이 임의로 정해 놓았다. 즉 1년 이내에 돈을 빌려간 이들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확률인 연 부도율은 5%로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했고, 상관계수는 10%라고 봤다. 상관계수 10%는 한 사람이 돈을 못갚을 때 나머지도 동시에 못 갚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리 높지 않고, 역시 돈을 갚을 때 나머지도 동시에 갚을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돈 빌린 사람의 집을 팔아 원금을 돌려 받을 수 있는 금액의 비율은 0%로 가정했다. 즉 빌려준 돈 1억원을 전부 손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 확률의 값을 정하고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세 가지의 확률을 바탕으로 100개의 차용증서 묶음을 갖고 있을 때 얼마나 손실을 볼 수 있는지 ‘경우의 수’를 구하는 것이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빠른 시간 안에 대량으로 ‘경우의 수’를 구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여기서는 ‘경우의 수’ 10만개를 구해 보기로 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그림-1>과 같은 그래프가 나타났다. 이 그래프는 X축에 해당하는 돈을 잃는 ‘상황’이 10만번 중에 몇 번이나 나왔는지(Y축)를 보여준다. 100억원을 모두 못 받는 경우는 0번 나왔고, 99억원을 못 받는 경우는 0번…70억원을 못 받는 경우는 1번…18억원을 못받는 경우는 4000번…전혀 떼이지 않고 모두 받을 확률은 1번 나왔다. 즉 이 그래프는 이 차용증서 묶음의 위험도를 보여준다.
위험도 다른 파생상품 만들기
이렇게 위험도가 드러났으니 이제부터는 위험도가 다른 파생상품들을 만들 차례다.
가장 안전한 파생상품부터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선 최악의 ‘경우의 수’ 1000개(10만개 중 1%)를 가려냈다. 최악의 상황 1000가지를 살펴보니, 잃는 돈은 최소 51억원부터 최대 100억원까지였다. 그래프에서 가장 진하게 표시된 부분이 최악의 경우 1000가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를 뒤집어서 생각하면 9만9000가지의 ‘경우의 수’(99%) 내에서는 차용증서 묶음의 손실이 전체 100억원 가운데 51억원을 초과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즉 차용증서 묶음 전체에 손실이 나더라도 99%내에서 49억원은 안전한 것이다.
ㄱ은행은 CDO 증서를 만들어 ‘원금은 49억원이며 5년 만기로 원금과 이자를 받는다’고 쓰고, ‘연부도율 5%, 상관계수 10%, 회수율 0%일 때 전체 차용증서 묶음에 손실이 생기더라도 이 증서소유자는 약속한 만큼의 돈을 99%의 확률로 받을 수 있다’라는 내용을 붙인다. 그러면 이 파생상품은 신용평가회사의 검증을 거쳐 AAA 등급이 매겨질 가능성이 크다.
피라미드형으로 위험 수준을 구분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묶음 가운데 다시 최악의 ‘경우의 수’를 뽑아내 증서를 쓰고 등급을 받아낸다. 물론 안전성과 등급은 점차 낮아진다. 이렇게 해 보니, 100억원 가운데 49억원어치를 최상급으로 만들어 팔 수 있었다. 이 경우 원리금 보전 확률이 99%이다. 그 다음으로 위험도가 낮은 상품은 9억원어치를 팔 수 있다. 이 경우 원리금 보전 확률은 95%로 낮아진다. 위험도가 더 낮은 상품은 8억원어치(원금보전확률 85%)다. 나머지 34억원어치는 원금보전확률을 따로 계산할 수 없다. 가장 위험한 상품인 것이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상품도 ‘기대손실액’을 근거로 안전성을 따질 수는 있다. 기대손실액이란 원리금 손실 ‘경우의 수’를 등급별로 합산해 평균을 낸 것이다. 마지막 등급의 34억원어치의 기대손실액은 21억6400만원이었다. 최상등급 기대손실액은 500만원이었고 그 아래 등급은 차례로 2300만원, 7200만원이었다.
이렇게 쪼갠 파생상품은 차용증서 묶음에서 손실이 나면 가장 아래 등급부터 손실 금액을 흡수하게 되는 구조가 된다. 대신 안전성이 낮은 등급의 상품들은 위험이 큰 만큼 이자를 듬뿍 얹어준다. 상품별로 이자를 얼마나 얹어줘야 하는지도 수학모델을 통해 구한다. 투자자들은 위험도와 수익률을 고려하면서 자기 입맛에 따라 상품을 골라 살 수 있다.
이를테면 마지막 등급과 같이 가장 위험한 상품들은 차용증서 전체 묶음의 손실을 그대로 흡수한다. 그러나 차용증서 전체 묶음에서 손실이 별로 생기지 않을 경우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잘 팔리는 위험상품은 위험이 준다?
이같은 고위험 상품은 별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 같지만 교토대 명예교수인 모토야마 요시히코에 따르면 반대현상이 일어났다. 그는 저서 <금융권력>을 통해 “종류가 많고 잘 팔리는 정크본드(위험도가 매우 높은 상품)는 그 위험도가 AAA등급과 같은 정도로 작아진다고 하는 히크만의 투자이론이 투자가들로 하여금 ‘고위험·고보상’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주로 고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들이 이런 상품에 많이 투자했다.
위험도 계산의 핵심은 ‘가정의 현실성’이다. 이 모든 계산은 맨 처음 구했던 ‘연간 부도율, 상관관계가 현실에 부합한다면’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연간 부도율과 상관관계가 가정과 다르게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림-2>는 연간 부도율을 5%가 아닌 10%로, 상관관계를 10%가 아닌 30%로 놓고 다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다. 한눈에 봐도 앞서 구한 <그림-1>과 차이가 크다. 최상위 등급 49억원어치는 99%였던 원금보전확률이 67.7%로 떨어졌다. AAA 등급은 박탈될 가능성이 높다. 그 아래 등급도 원금보전확률은 95%에서 54.8%로, 그 다음 등급은 85%에서 42.3%로 떨어졌다. 이것이 각 투자은행들이 처한 ‘모기지 파생상품의 부실화’ 원리다.
2. 위험 제거용 상품 신용부도스와프(CDS) 만들기
‘동전의 양면’을 분리하는 기술 개발
앞서 만든 CDO 상품에서 위험도와 수익률은 동전의 양면이다. 위험이 크면 수익도 크다. 그러나 CDS는 이 ‘동전의 양면’을 떼어낼 수 있다고 말하는 파생상품이다. ‘당신이 갖고 있는 금융 상품이 만약 부실화할 경우 보상해줄 테니 대신 내게 정기적으로 수수료를 내라’는 것이 CDS 상품의 핵심 아이디어다. 1998년 투자은행 JP모건의 젊은 금융공학자가 고안해냈다.
만약 CDS 발행자가 혹시라도 대규모 보상요구를 받게 된다면?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이런 걱정을 별로 하지 않았다. CDS의 대상이 되는 파생상품이 손실이 날 가능성을 계산해 그보다 웃돈을 얹어 수수료를 올려 받으면 수익이 생긴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투자은행들이 CDS를 발행할 때 어떤 계산을 했는지 그 원리를 적용해 봤다. 앞에서 제시한 대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은 100개의 차용증서를 통째로 담보로 잡아 하나의 증서를 만들어 팔 수 있다. 이것이 모기지담보채권(MBS)다. 이 파생상품을 사들인 은행이 이 상품에 담겨있는 위험에 대한 일종의 보험을 ㄴ은행에게 들려고 한다. 이때의 보험상품이 CDS다.
경우의 수에 바탕한 계산

먼저 채권의 바탕이 되는 차용증서 묶음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연간부도율 5%, 상관관계 10% 등 앞에서와 같은 조건이라고 해두자. 회수율은 80%로 상정했다. 이 세 가지 값을 바탕으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했더니 <그림-3>과 같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경우의 수 10만개를 구했다.
5년 동안 손실을 전혀보지 않는 경우는 0번, 손실을 2억원 정도 보는 경우는 1800번…손실을 10억원 보는 경우는 200번…손실을 20억원 보는 경우는 0번 나왔다. 회수율을 80%로 맞췄으므로, 최대 손실은 전체의 20%를 넘지 않았다. 즉 손실이 20억을 넘어가는 ‘경우의 수’는 나오지 않는 것이다.
경우의 수 10만개를 놓고 손실액 평균을 따져보니 약 4억5000만원이었다. ㄴ은행은 이 예상 손실액 평균을 근거로 ‘우리가 유사시 줘야 할 돈은 4억5000만원 수준이니까 채권 만기일까지 이보다 더 받아내면 우리가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ㄴ은행이 조심성이 많으면 예상 손실액을 평균보다 더 높여서 잡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의 수’ 1000개(1%)를 살펴보니 12억원부터 20억원까지 잃을 수 있었다. ㄷ은행은 이 것을 기준으로 해서 예상가능 손실액을 12억원으로 잡고, ㄴ은행으로부터 만기 5년 내 받아야할 보험료를 12억원 이상으로 살짝 올려 잡으면 된다. 이렇게 되면 ㄴ은행은 12억~20억원 손실을 보상해줄 가능성 1%를 뺀 99%의 가능성으로 대비를 철저히 한 셈이다. 물론 세 가지 확률값, 즉 연간부도율 5%, 회수율 80%, 상관관계 10% 아래서의 얘기다.
가정은 실제와 다르다는 평범한 진리
그러나 가정과 달리 실제로는 연부도율이 10%, 회수율이 50%, 상관계수가 30%로 나타났다고 보자. 이 경우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그림-4>와 같았다.
앞서 ㄴ은행은 99%의 가능성 내에서는 이 MBS의 12억원 이상 손실에 대해 보상해 줄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MBS가 12억원 이상 손실볼 확률은 이 경우 절반을 넘었다.
만약 ㄴ은행이 다른 은행과 CDS계약을 할 때 실제 손실이 난 경우에만 그만큼을 보전해주기로 한 것이 아니라, 부도율이 일정하게 높아질 때, 혹은 그에 따라 등급이 낮아질 때도 이와 연동해 보상액을 지급하기로 했다면, ㄴ은행은 큰 손실을 보게 된다.
CDS사업을 한 AIG가 MBS와 같은 파생상품의 손실률이 높아지면서 투자은행들로부터 대규모 ‘보상액’ 지급 요청에 시달린 것은 바로 이런 원리에서다.
<송윤경기자>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수학공식으로 만든 ‘AAA’에 발등 찍힌 월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이다. 이들의 빚을 가지고 만든 금융상품이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하지만 월가의 ‘금융공학’은 상식을 뒤집어줄 만큼의 힘이 있었다. 금융회사는 금융공학을 통해서라면 미래에 닥칠 위험을 측정해 가격을 매겨 팔 수 있었다고 믿었다. 미래 손실도 예측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우리 모델은 손실 없이 돈 벌 수 있다.”
“우리의 모델은 매우 안전합니다. 모델에 기반하지 않는 어떤 거래도 승인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 AIG의 CEO 마틴 설리번이 투자자들에게 한 말이다. ‘모델’이란 금융공학자 게리 고튼이 설계한 수학모형을 말한다. AIG는 이 모형을 통해 손해 보지 않을 만큼만 신용부도스와프(CDS·파생상품의 일종)를 팔았다고 자부해 왔다. 일부 경영진은 “고튼 모델이면 손실 없이 돈을 벌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4000억달러 규모의 CDS를 팔았던 AIG는 천문학적인 손실에 시달리다 지난 9월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AIG에 150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믿고 있던 ‘수학모델’에 발등을 찍힌 곳은 AIG뿐만이 아니었다.
“AAA 등급의 가격이 1% 이상 떨어질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어떤 부도 위험도 없는데 자산 가격이 20% 떨어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미국의 한 투자은행 위험관리 담당자는 지난 8월 ‘이코노미스트’에 이렇게 고백했다. “매우 낮은 위험의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줄 알았는데, 모두 고위험자산이었음이 판명됐습니다.”
스위스금융그룹(UBS)의 사례도 비슷하다. 이 은행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 중 AAA 등급을 주로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으로 인해 380억달러를 날렸다. 이 중 75%가 AAA 등급 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실이었다.
금융공학은 어떻게 위험한 재료(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안전한 자산(파생상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파생상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몇 단계로 나뉜다.
먼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하면 ‘대출채권’이 생긴다. 이 채권은 은행이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다. 투자은행 등은 은행으로부터 이런 대출채권 수 천개를 사들여 이를 담보로 하나의 증서를 만든 뒤 다시 잘게 쪼개 판다. 이것이 모기지 담보채권(MBS)이다.

이 등급을 매길 때도 수학이 동원된다. 돈을 빌려간 사람들의 소득, 지역, 주택유형, 주택가격, 시중금리, 주택경매 시 받을 수 있는 가격 등 각종 요소들을 수학모델에 따라 컴퓨터에 입력하면 ‘얼마나, 어느 정도의 확률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확률 분포가 나온다. 이는 과거기록을 토대로 한 수치다.
신용평가회사 또한 ‘과거기록’과 ‘확률’에 의해 파생상품을 검증하고 등급을 매긴다. 무디스의 자산담보부 책임자인 클레어 로빈슨은 “우리의 전문분야는 통계”라면서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과거의 실적을 기반으로 1000명 중 몇 %가 대출금을 갚을지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뉴욕타임스, 로저 로웬스타인, 4월27일자)
CDO는 여러가지를 섞은 소시지 증권
MBS란 파생상품은 다른 파생상품을 낳을 수 있다. 다른 종류의 채권까지 함께 섞은 뒤 잘게 쪼갠 부채담보부 증권(CDO)이 그것이다. 전남대 이채언 교수는 “신용카드채권, 자동차채권 등은 일반 소비자의 경기까지 고려하므로 좀더 나은 등급의 평가를 받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CDO는 ‘소시지 증권’으로 불린다. 맛없는 고기라도 당근이나 양파를 섞어 맛깔나는 소시지로 탈바꿈시킨 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CDO 상품은 여러 종류의 상품으로 재가공할 수 있다. 1000잔의 커피를 양동이에 부었다가 다시 100잔으로 나눌 때, 커피를 동시에 고루 나누는 것이 아니라 차등을 두면 된다. 종이컵을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서 커피를 부으면 맨 윗줄의 컵이 모두 채워지고 넘치면 아랫줄의 컵이 채워지는 식이다.
만약 자판기가 고장나 처음의 1000잔 중 10잔이 비어있었다면 피라미드의 100잔 가운데 가장 아랫줄에서 1잔은 완전히 비게 될 것이다. 거꾸로 처음의 1000잔 중 900잔이 비었더라도, 맨 윗줄의 10잔은 가득 채울 수 있으므로 안전하다. 이런 원리로 위험을 맨 아랫줄의 종이컵에 몰리게 한다.
만약 나누기 전의 CDO가 BBB 등급이었다고 해도 피라미드 상의 선순위(윗자리) 상품으로만 묶으면 AAA 등급을 받게 된다. 대신 선순위 상품은 값이 비싸고 수익도 작다. 후순위 상품은 값이 싸고 그만큼 수익도 크다. 이러한 과정이 모두 고도의 수학적 계산을 통해 이루어진다.
파생상품은 같은 재료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앞서 커피가 채워진 종이컵 피라미드 중에서 가운데 세 줄의 종이컵들만 빼낸다. 이 종이컵에 들어있는 커피를 다시 양동이에 부은 다음, 이번엔 다른 종류의 종이컵 피라미드에 따른다. 이것이 CDO2이다. 같은 방식으로 CDO3도 만들 수 있다.
눈앞의 이익 좇아 무리수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은 높은 수익률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2006년 미국에 들어온 자금의 60%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에 몰렸을 정도다. 모건스탠리에 의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만든 CDO의 판매금액은 2003년 990억달러에서 2006년 5000억달러로 뛰었다.
수요가 많으면 공급도 늘어나는 법. 월가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기초자산(대출채권)의 안정성을 흔들었다. 파생상품의 기초재료인 대출채권을 늘리기 위해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해 준 것이다. 태풍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었다.
게다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CDO2, CDO3, 합성CDO 등 각종 변종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한국의 한 금융공학자의 표현대로 “금융수학이 현실에 맞게 제대로 계산하고 있는지 확인할 틈도 없이 계산은 계속됐다.”

신용평가회사도 이 게임의 당사자이다. 신용평가회사는 투자은행의 파생상품 ‘제조과정’을 검증한 다음 등급을 매긴다. 말하자면 금융감독기능을 갖고 있는 사기업들이다.
그런데 투자은행이 발행한 CDO 대부분이 최상위 등급인 AAA를 받았다. 신용평가회사들은 파생상품 발행자로부터 평가비를 받는데 이 금액은 높은 등급이 매겨질수록 오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붐일 때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무디스의 수익은 거의 3배가 됐다. 국내의 한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는 ‘최종거래’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평가를 해야만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 피치, S&P 등 미 신용평가회사 3사는 불공정한 등급산정 문제로 기소된 상태다.
컴퓨터가 말해주는 ‘부실 가능성’
대출채권을 담보로 만든 파생상품의 거래가 늘면서 덩달아 늘어난 것이 CDS다. ‘당신이 갖고 있는 CDO, MBS 등의 파생상품이 부실화되면 원금을 모두 보상해줄 테니 대신 정기적으로 일정한 보험료를 달라’는 게 이 파생상품의 핵심 개념이다.
이 상품을 판 회사는 ‘보험’의 대상이 되는 파생상품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경우 앉아서 보험료를 번다. 그렇지만 보험대상이 된 CDO, MBS 등에 문제가 생기면 원금을 다 보상해줘야 하니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보험 대상 파생상품이 부실화할 가능성만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돈 버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이 부실화 가능성을 알려주는 ‘수학모델’의 하나가 바로 AIG의 게리 고튼이 고안한 모델이다. 그는 과거의 방대한 기록으로 AIG가 유사시 보험액을 지급키로 한 CDO, MBS 등의 부도가능성을 확률적으로 분석했다.
CDS를 판매하는 투자은행은 수학모델을 이런 방식으로 활용한다. 돈을 빌려간 이들의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수학계산을 거쳐 부도가능성에 관한 확률을 따진다. 이때에도 손실액은 극단적으로 크되,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은 쪽은 제쳐둔다. 주로 예상 손실액의 평균이 기준이 된다. 이 기준으로 따져서 예상손실액이 작거나, AIG가 받는 보험료로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계약을 체결한다.
현재 미국 금융기관이 발행한 CDS가 보장하는 채권은 62조달러에 이른다. 신용평가회사 피치에 따르면 2002년 CDS가 보장한 채권 가운데 부실화한 것은 10.7%였지만 2007년 7월 현재 40%를 웃돈다.
과거기록에 의존한 미래 예측의 결함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이 인기를 얻었던 것은 미래의 위험을 측정해 떼어 버리거나 적절한 값을 매겨 팔아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위험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 때만 통하는 얘기다. 대표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등급을 매겼던 파생상품들의 시장 가치는 반 이상 폭락했다. 이미 신용평가회사 3사는 지난해 여름 수백억달러어치의 CDO 등급을 떨어뜨렸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먼저 과거기록에 근거한 확률계산의 한계를 들 수 있다. 금융공학의 수학모델은 그 자체로는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유사한 조건을 가진 과거기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은 2002년 3.4%에서 2006년 13.7%로 커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이렇게 커진 것은 처음이다. 시장이 이같이 커지면 상환불능 가능성도 높아지지만, 예측 모델은 이런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과거 기록으로 현재와 미래를 예측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미국 투자컨설턴트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지금의 상황을 ‘극단의 왕국’에 비유한다. 그는 ‘전문가가 계산한 확률 바깥에 존재하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사건’을 무시할 때의 위험을 경고한 책 <블랙스완>의 저자다.
그는 “대사건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 ‘평범의 왕국’에서는 과거의 경험에 의존한 판단이 법칙을 구성한다”며 “그러나 ‘평범의 왕국’에서 통하던 것이 ‘극단의 왕국’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흰 백조’밖에 없다고 믿는 세상에서 나온 경험치로 아무리 계산을 해 봐야 ‘검은 백조’가 등장했을 때의 경험을 미리 예측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금융공학은 ‘주술’과 같았다. 금융공학은 이성적 사고의 결과였지만, 이 무기를 쥔 월가의 탐욕은 비이성적이었기 때문이다.
<송윤경기자 kyung@kyunghyang.com>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70년대 경제와 과학의 만남… 금융공학 꽃이 피다
올해 전세계 금융파생상품의 규모는 500조달러(64경60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총합인 52조달러의 10배에 달한다. 금융수학(금융공학)이 없었으면, 이 같은 천문학적 금액이 전세계를 돌아다닌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1973년 ‘블랙·숄스 공식’의 등장

학술지 ‘정치경제학 저널’ 81호(1973년 5-6월호)에 실린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스 공동 저작 논문 ‘The Pricing of Options and Corporate Liabilities’의 첫 페이지 및 이들이 이 논문에 발표한 ‘블랙·숄스 공식’.
이로써 시장은 주먹구구식 가격 설정에서 벗어나 ‘과학적인’ 가격을 찾을 수 있었다. 이 공식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시카고 주식옵션거래소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널리 활용됐다. 한 전자계산기 제조사가 월스트리트저널에 “우리 제품은 블랙·숄스 모델도 계산한다”고 자랑하는 광고를 낼 정도로 획기적이었다. 블랙·숄스 공식은 다양한 응용을 거쳐 금융계가 선물·옵션·스와프의 다양한 변종 등 여러 파생상품을 고안하는 데 활용됐다.
이에 앞서 1877년 찰스 카스텔리가 옵션 거래 개념을 최초로 고안했고, 1900년 프랑스의 루이 바셀리에가 비현실적이나마 금융상품 가격 변화의 확률적 분석을 시도했다. 1964년에는 비록 이자율 적용 부분이 미흡했지만 제임스 보네스가 블랙·숄스 공식과 흡사한 공식을 내기도 했다.
70년대 과학자들 월가로 가다
복잡한 수식과 기호가 무한 반복되는 금융수학을 활용한 파생상품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70년대 월가에 대거 진입한 과학자들 덕이었다.
미국 정부는 60년대까지 물리학자 등 과학자들을 정책적으로 양산하고 우대했다. 냉전기에 전쟁 및 우주탐사 분야에서 소련과 경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70년대 베트남전 반전운동의 격화, 오일 쇼크 등 경제 사정 악화, 아폴로 계획 종료로 과학자들의 입지가 좁아지자 많은 과학자들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떠나야 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월가로 진입했다. 이들은 ‘로켓 과학자’ 또는 ‘퀀트’(계량 분석가, Quantitative Analysist)로 불렸다.
이들의 월가 진입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분석은 더욱 정교해졌고 다양한 파생상품이 생겨났다.
월가는 금융수학을 통해 수익 다변화와 위험을 분산하는 기법을 계속 개발했다. 주식·채권은 물론 외환과 금리 등을 토대로 한 파생상품들, 또 파생상품으로부터 파생된 2차 파생상품 등 1000종 이상의 파생상품이 만들어졌다. 마침내 90년대 후반에는 빚 보증을 기초로 한 신용 파생상품까지 나왔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년 5.2%에서 2007년 23.5%로 팽창했다.
사고를 부른 금융수학
금융수학이 항상 성공을 보장했던 것은 아니다. 84년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는 미국 보잉사와 30억달러 규모의 여객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 은행과 달러화 선물거래를 병행했다. 계약하고 1년여 뒤 항공기 인수 시점에 달러 환율이 오르면, 보잉에 지불할 돈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달러 가치가 하락해 1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봤고 관련자들은 문책을 당했다. 그러나 이 당시만 해도 금융수학의 잘못이라기보다 설계와 판단 실수로 간주됐다.
14년 뒤인 98년 8월에는 금융수학의 ‘본가’에서도 대형 사고가 났다.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산이다. 무려 1200억달러의 손실이 났다. 월가는 물론 전세계에 금융위기도 야기했다. 당시 자본금이 22억달러에 불과했던 LTCM은 은행권으로부터 무리한 차입을 거듭해 무려 100조달러의 자금을 굴렸다. 정교한 금융수학으로 전세계에 6만여개의 파생상품 거래로 수익을 냈지만, 수백명의 수학·공학 박사들은 연쇄 손실을 불러온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선언을 예측하지 못했다. 이 회사의 경영자는 블랙·숄스 공식의 창안자인 숄스였다. 숄스는 공동경영자 로버트 머튼과 함께 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장관순기자>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투자의 지렛대’가 ‘파산의 지렛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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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에 도입된 지렛대 원리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적당한 지렛대만 있으면 지구라도 들어 올리겠다”고 했다. 작은 힘을 큰 힘으로 바꾸는 막대 장치(지렛대, lever)는 고대 이집트에서 거대한 돌을 옮겨 피라미드를 쌓게 했다. 지렛대의 원리는 경제나 금융에서도 관철된다.
어떤 사람이 100만원으로 주식을 샀다고 하자. 한 달 후 주가가 20% 상승해 보유한 주식을 팔아 현금 120만원을 얻었다면, 투자수익률은 20%가 된다. 만약 이 사람이 자신의 돈 100만원에 더해 은행으로부터 400만원을 연리 12%의 금리로 빌린 뒤 총 500만원으로 같은 주식에 투자를 했다면? 한 달 후 주식을 처분하면 600만원의 현금이 들어온다. 은행에서 빌린 돈 400만원과 한 달 동안의 이자 4만원을 갚고 나면 수중에 196만원이 남는다. 즉 투자수익률이 96%로 올라간다.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의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것을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라고 부르며, 자기자본 대비 총투자금액을 ‘레버리지 비율’이라고 정의한다.
차입의 이익은 가격 상승 때만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레버리지가 이익을 크게 늘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상승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레버리지에는 손실을 키울 위험도 수반한다. 주가가 20% 떨어지는 상황을 상정해 보자. 자기 돈 100만원만으로 투자를 할 경우에는 원금이 80만원으로 줄어 투자수익률은 마이너스 20%가 되고, 20만원만 손해를 본다. 그러나 레버리지 비율이 5일 때에는 손해가 훨씬 커진다. 총투자금 500만원이 400만원으로 줄어들고, 은행에 원리금 404만원을 갚기 위해서는 투자원금을 모두 날리고도 4만원을 더 가져와야 한다.
전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들로 금융사들의 탐욕, 감독기구의 무능,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투명한 신용파생상품, 금융사들의 도박행위를 부추긴 증권화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전모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레버리지에 주목해야 한다.
차입기계로 변한 월가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2000년까지 유례없는 강세장이 연출됐고, 금융사들도 고수익을 누렸다. 하지만 2000년을 기점으로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실물경제가 취약해졌다. 그럼에도 미국의 투자은행은 오히려 CDO와 CDS를 새 주력상품으로 삼아 사업 확장을 벌였다. 이들은 해당 상품의 중개를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 CDO와 CDS를 사들여 자신의 고유계정에 보유하는 한편 수수료 수입 이외에 투자 수입까지 노리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이들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길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차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부채기계’가 되었다.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400억달러의 자기자본을 종잣돈 삼아 자산을 1조1000억달러까지 부풀렸고, 차입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300억달러의 자기자본으로 1조달러의 자산을 만들어냈다. 투자은행들의 레버리지 비율이 30~40으로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경기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레버리지의 자기강화적 속성 때문이었다. 투자은행들이 보유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담보로 잡힌 자산과 같은 종류의 증권들을 추가로 매입하게 되면, 이들 증권의 가격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그러면 가격이 올라간 만큼 그 가치가 커진 보유 자산을 담보로 다시 차입을 해 더 많은 CDO와 CDS를 매입해 수익을 더욱 키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거품은 부풀어 올랐고, 더 많은 CDO와 CDS가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음악은 언젠가 멈춘다
한동안은 모두가 좋았다. 사람들은 목돈 없이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었고 건설회사는 주택판매를 늘릴 수 있었다. 또 여러 금융기관들은 저금리 시대임에도 높은 수익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모두가 증권화와 레버리지의 춤판에 동참한 셈이다. 문제는 음악이 언젠가는 멈춘다는 데 있었다. 일단 음악이 멈추면 과도한 신용을 낳았던 바로 그 메커니즘이 불어난 신용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정반대의 과정, 곧 역레버리지(deleveraging) 과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수요의 법칙’이 통용되지 않을 때도 있다. 특히 시장에 커다란 충격이 가해진 경우가 그렇다. 사람들이 가격 하락을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가격 하락은 매수를 늘리는 대신, 오히려 매도의 증가로 연결된다. 투자은행의 경우에도 보유한 자산들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레버리지 축소 압력 속에서 보유 자산을 매각하게 된다. 이는 유가증권의 가격을 낮추고 보유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려 추가 매도를 낳는다.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호전되기 전까지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된다.
자산과 부채 사이 불일치가 가장 큰 문제
많은 이들의 짐작과 달리 투자은행의 파산과 이번에 문제가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직접적 관련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에 대한 전체 위험노출 비중은 보험사 23%, 상업은행 18%, 헤지펀드 17%의 순이었으며, 투자은행은 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의 파산은 환매조건부채권(Repo)이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같은 단기부채를 통해 저리로 조달한 과도한 레버리지 자금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장기자산의 보유비중을 높였던 이들 고유의 사업 모델에서 설명될 필요가 있다.
대차대조표의 자산 측면(CDO 투자)보다는 부채 측면(과다한 차입과 단기성 채무), 그리고 자산과 부채 사이의 만기 불일치가 가장 큰 문제였다. 과도한 차입이나 만기불일치는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 부채의 만기가 순식간에 돌아오지만, 기존의 계약이 순조롭게 갱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버리지 비율이 30을 넘는 투자은행들의 경우 보유자산의 가치 하락과 주 고객인 헤지펀드의 파산 속에서 지급능력에 대한 신뢰에 손상이 가기 시작하면, 하루에서 1주일 간격으로 부채의 만기를 연장하는 것은 대단히 힘들게 된다.
저금리가 과도한 차입 유인
과도한 레버리지를 가능케 한 1차적 요인으로는 이례적으로 낮았던 저금리 기조를 들 수 있다. 이는 오랜 기간 인플레이션율이 낮았고 경제도 안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리스크 평가 또한 낮아졌기 때문이었지만,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오랫동안 너무 낮게 유지한 결과이기도 했다. 헤지펀드와 투자은행은 저금리 덕에 더 쉽게 차입을 했으며, 이렇게 조달한 돈은 부채의 증권화와 신용파생상품의 증가로 이어졌다. 또 늘어난 신용파생상품은 위험자산의 신용위험을 더 낮추고 결국에는 차입을 한층 키우는 눈덩이 효과를 낳았다.
신용파생상품의 등장으로 신용위험이 분산됨에 따라 다시 위험의 값이 낮아졌고, 그 결과 중앙은행이 1%였던 정책금리를 2004년부터 5.25%로까지 올렸음에도 국채나 회사채의 수익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차입행태를 더욱 부추겼기 때문이다. 특히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은 투자자산의 낮은 수익률을 높은 자기자본 수익률로 전환하기 위해 레버리지 비율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부채의 증권화는 잘못된 금융감독정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신용파생상품의 발달로 금융시스템의 위험관리 능력이 커졌다고 믿었던 규제당국은 2004년 들어 대형 투자은행의 부채총액을 순자본의 15배 이내로 제한하던 기존 적용을 면제해 줌으로써 레버리지를 키울 합법적 통로를 열어주었다.
차입이 아니라, 나쁜 차입이 문제
과도한 레버리지가 미국발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면 레버리지 자체를 막아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레버리지란 금융의 본질적 속성이며,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모든 사람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하게 마련이다. 문제는 나쁜 레버리지가 좋은 레버리지를 몰아내고 레버리지가 과도하게 확대되는 상황이다.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통한 현금 흐름이 개연성 있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차입이 좋은 레버리지라면, 생산적 활동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되는 차입은 나쁜 레버리지이다. 좋은 레버리지와 나쁜 레버리지를 사전에 가려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옥석을 가려내 나쁜 레버리지에 대해서는 크게 제한을 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 금융이 지나치게 번성해 실물경제를 압도하게 되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난 세기 케인스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종현|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