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하버드 특강 "정의" - 5부 합의의 조건

다니엘22 2011. 9. 5. 04:10

 

5강. 합의의 조건

(Hired Guns?/For Sale: Motherhood)

 

 

<개요>

 

다섯 번째 시간에는 ‘합의의 조건’이라는 문제를 고민해본다. 존 로크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률을 이용해 시민을 징집하는 건 자연권 침해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남북전쟁 당시 북군은 징병과 유급 대리복무가 혼합된 병역제도를 운영했다. 먼저 국가가 징병대상을 선정한다. 만약 징병대상자가 군대에 가기 싫다면, 그는 돈을 써서 대리인을 구하면 된다. 실제로 남북전쟁 당시 많은 이들이 대리인을 사서 전쟁에 가는 걸 피했다. 시장에서 복무 대리인을 구하는 것을 정당하고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 급여와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며 사병을 모집하는 미국의 100% 지원병제는 남북전쟁 때의 징병제도와 어떻게 다를까? 징병제와 의무병제, 용병 고용 중에서 가장 도덕적인 병역제도는 무엇일까?

 

시장은 병역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식과 출산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불임전문병원들이 늘어나며, 미국에서는 난자와 정자 기증자, 대리모를 찾는 광고가 흔한 일이 됐다. 샌델 교수는 이번 토론의 주제로 ‘아기 사건’을 선택했다. 아이를 낳지 못 하는 스턴 부부는 대리모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와 계약을 맺었다. 화이트헤드가 스턴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해 아이를 낳은 뒤, 아이를 스턴 부부에게 입양시키고 대신 돈을 받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출산 후 화이트헤드는 아기를 키우겠다고 마음을 바꾼다.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성인들의 합의에 의해 맺어진 대리출산 계약은 이행돼야 할까? 상업적 대리출산은 아기를 사고파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진짜 자유로운 합의가 맺어지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함께 철학적 논쟁으로 들어가 보자.

 

 

<강의 내용>

 

우리는 합의 정부에 대한 로크의 사상을 토론하며 지난 시간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받는 제한 중에서 다수의 합의로도 풀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질문했죠. 그 질문으로 강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사유재산권의 경우를 보죠. 로크에 따르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엔 세금을 거둘 권리가 있습니다. 징세엔 합의가 필요합니다. 공공선을 위해 사람들의 재산을 뺏는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합의는 개인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는 시점에 꼭 이루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징세에 필요한 건 사회에 동참하고 정치적 의무를 다하겠다는 그 이전의 합의죠. 그 의무를 떠맡는 건 다수의 결정을 따르기로 합의하는 것입니다. 징세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생명권의 경우는 어떨까요? 정부는 사람들을 징집해 전쟁터로 보낼 수 있을까요? 우리가 자신의 주인이라는 생각은 어떻게 되는 거죠? 자기 소유 개념의 침해가 아닐까요? 만약 정부가 강압적인 법률과 집행력을 동원해 이렇게 말한다고 쳐봅시다. “목숨을 걸고 이라크에서 싸워” 로크라면 정부한테 그럴 권리가 있다고 말할까요? 그렇습니다. 139절에서 로크는 말합니다. ‘중요한 건 정치권력이나 국방 당국이 자의적이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건 자의성입니다. 그리고 엄청난 예를 듭니다. 로크는 일개 하사관도, 장군은 물론이고 하사관도 대포 앞으로 가라고 사병한테 명령할 수 있다고 했죠. 사병이 죽을 게 거의 확실해도 하사관은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장군은 탈영병, 불복종 사병을 처형할 수 있습니다. 무모한 명령을 어겨도 말입니다. 이렇게 생살여탈권을 쥔 장교들도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사병의 동전 한 개라도 빼앗는 일은 할 수 없죠. 정당한 권한과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자의적이고 부도덕한 일이죠. 로크에게 합의는 아주 강력한 개념입니다. 그 합의는 개별적인 세금, 군사명령에 대한 합의가 아니라 정부에 동참하고 다수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애초의 합의죠. 그 합의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 합의의 효력은 아주 강력해서 양도할 수 없는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에 기반을 둔 제한정부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률의 결정에 의해서만 제한을 받습니다. 그 제한은 자의적일 수 없죠. 이게 로크의 사상입니다.

 

그럼 합의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합의는 왜 그렇게 도덕적으로 강력해서 정치적 권위와 복종의 의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오늘 우리는 구체적인 경우로 합의라는 문제를 살펴볼 것입니다. 징병에 관한 경우를 보죠. 몇몇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소유 개념에서 생겨난 기본권이 우리한테 있다면 정부가 시민을 징집해 전쟁에 보내는 건 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그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정당한 권한이고 우리는 거기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죠.

 

■ 신병숫자를 늘릴 방법

 

1. 급여와 복리후생 수준 증대

2. 징병제로 전환

3. 외부조달 - 용병고용

 

이제 이라크 전을 수행하는 미국의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신병모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세 가지 정책을 고려해 봅시다. 신병모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미 정부가 쓸 수 있는 세 가지 정책이죠. 1번 해결책은 급여와 복리후생을 높여 더 많은 사병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2번 해결책은 지원병제를 징병제로 바꾸고 추첨을 해서 뽑힌 사람은 무조건 이라크로 보내 싸우게 하는 것이죠. 3번 해결책은 외부조달입니다. 이른바 용병을 고용하는 방법이죠. 세계 곳곳에는 전쟁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데다 현재의 미군 급여를 받고 기꺼이 전쟁에 나가줄 용병들이 있습니다. 간단한 투표부터 해 봅시다. 급여인상에 찬성하는 분?

 

대부분이 손을 들었군요. 그럼 징병제에 찬성하는 분? 알겠습니다. 10명 정도 되는군요. 이번에는 외부조달입니다. 좋습니다. 2~30명 정도네요. 남북전쟁 당시 북군은 징병과 시장체제를 혼합한 체제로 남북전쟁에 내보낼 사병의 숫자를 채우려고 했습니다. 그 제도는 징병으로 시작하죠. 징집이 됐는데 군대에 가기 싫은 사람은 대신 전쟁에 나가줄 대리인을 고용할 수 있었습니다. 다수가 그렇게 했죠. 시장이 요구하는 돈을 내면 대리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신문의 항목별 광고 면에 광고를 내고500달러, 1000달러를 제시하며 남북전쟁에 대신 나가서 싸워줄 대리인을 찾았습니다. 강철왕 카네기도 징집 대상이 되자 대리인을 고용했다고 합니다. 그의 1년 치 시가 구매비용에 조금 못 미치는 돈을 썼다는군요.

 

● 토론

 

이제 남북전쟁 때의 ‘혼합식 제도’에 대해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징병과 유급 대리복무가 섞인 제도죠. 정당한 제도였다고 생각하는 분? 남북 전쟁 당시의 제도를 변호해줄 분? 아무도 없습니까? 한 명뿐인가요? 둘, 셋, 넷, 다섯 명이군요. 부당한 제도라고 생각하는 분? 대부분 남북전쟁 때의 제도를 싫어하고 부당하다고 보는군요. 이유를 들어봅시다. 왜 마음에 들지 않죠? 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십니까?

 

- 말씀하세요.

- 300달러를 내는 걸로 징병을 평생 면제받는 건 인간 목숨에 값을 매기는 것과 다름이 없는데 우리는 이미 그게 아주 힘든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죠. 불가능한 일을 이루려고 애쓰는 거나 비슷하다고 봅니다.

- 좋습니다. 그러니까 300달러든 500달러든 1000달러든...

- ‘이게 네 목숨의 가치야’라는 말이죠.

- 돈으로 목숨에 가치를 매기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이름이 뭐죠?

- 리즈입니다.

 

- 리즈의 말에 반박할 분 있나요? 그 제도에 찬성했죠? 뭐라고 하겠습니까?

-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팔리거나 고용되지 않을 자유도 있습니다. 자신한테 달렸죠. 그 제도가 꼭 자기한테 값을 매기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결정하는 거니까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 그 사람이 500달러를 받았다고 해 봅시다. 그 사람은 자기 목숨 혹은 그 위험에 스스로 값을 매긴 것이고 선택할 자유를 가져야 한다는 거죠?

- 그렇습니다.

- 이름이 뭐죠?

- 제이슨입니다.

 

의견 고맙습니다. 이제 남북전쟁 때의 병역제도를 비판하는 의견을 들어봅시다.

 

- 말씀하세요.

- 일종의 강압이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소득이 적은 사람한테는 말이죠. 카네기는 병역을 무시할 수 있었어요. 자기 소득과 비교할 때 300달러는 하찮은 돈이니까요. 반면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사실상 병역을 강요받게 됩니다. 대리인을 구할 형편이 되지 않으니까요.

- 이름을 말해주세요.

- 샘입니다.

- 그러니까 샘의 얘기는 가난한 노동자가 300달러를 받고 카네기 대신 남북전쟁에 나가는 건 사실상 돈이나 경제적 사정 때문에 병역을 강요당하는 것과 같지만 카네기는 돈을 내고 병역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좋습니다. 샘의 주장에 반박할 의견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군요. 자유로운 교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압이라는 의견이었죠. 샘의 의견에 대답해줄 분? 말씀하세요.

 

- 사실 저는 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 동의한다고요?

- 개인에게 적절한 판단능력을 빼앗기 때문에 강압이라고 생각합니다.

- 알겠습니다. 이름이 뭐죠?

- 라울입니다.

- 라울과 샘의 의견은 겉으로는 자유롭고 자발적인 교환이나 선택 같아도 실제로는 강압의 성격이 있다는 겁니다.

- 강압 중에서도 지독한 강압이죠. 한 사회계층만 집중적으로 병역을 지게 하는 것이니까요.

- 알겠습니다. 라울하고 샘은 중요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셈과 라울의 의견에 반박할 분? 네 말씀하세요.

- 전 그 병역제도도 그렇게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국의 100% 지원병제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죠. 군대에 들어가면 급여와 복지혜택을 주는 제도 역시 강압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죠. 현실을 봐도 저소득계층 출신의 군대 지원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특정 지역 출신도 많죠. 애국심으로 부담을 줘서 군대에 지원하고 이라크에 가는 게 옳은 일이라고 자극하는 지역 말입니다.

- 이름이 뭐죠?

- 에밀리입니다.

- 알겠습니다. 에밀리의 말은... 라울, 반박해야 되니까 준비하세요.

 

에밀리의 말은 이렇습니다. “남북전쟁 당시의 제도에 강압적인 면이 있다는 건 인정해. 한 노동자는 500달러를 받고 카네기의 대리인이 됐지.” 그 점은 에밀리도 인정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죠. “남북전쟁 때의 제도가 마음에 안 들면 지금의 지원병제도 싫어야 하는 거 아냐?” 대답을 듣기 전에 이것부터 묻죠. 조금 전 투표 때 지원병제에 찬성했나요?

 

- 투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 안 했다고요? 옆자리에 앉은 사람한테 투표권을 팔았나요? 아니라고요? 어쨌든 에밀리의 말에 뭐라고 대답하고 싶죠?

-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전쟁 때는 징병제가 시행됐지만 이제 병역의무는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의 군대 지원자의 애국심이 더 강할 것 같습니다. 강제로 입대한 남부전쟁 때의 군인들보다 스스로 선택한 사람의 애국심이 더 강하죠.

- 강제성이 더 적으니까?

- 그렇습니다.

- 미국사회 내의 불평등이 아직 존재하고 에밀리가 지적한 대로 미군이 미국사회 전체의 계층 구성을 반영하지 않는데도요? 간단히 조사를 해봅시다. 여기 있는 분들 중에서 자신이 직접 군 복무를 했거나 가족 중에 누가 군 복무를 한 분? 여기서 말하는 가족은 부모님을 뺀 자기 세대만 해당합니다. 자신도, 그리고 자기 형제자매도 군대에 복무한 적이 없는 분? 조사 결과가 자신의 주장과 일치하나요?

- 네.

-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여러분은 대부분 지원병제를 지지했죠. 압도적인 다수였습니다. 남북전쟁 당시의 병역제도가 부당하다는 의견도 압도적이었죠. 샘과 라울은 남북전쟁 때의 제도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불평등한 경제적 배경이 존재하기 때문에 돈을 받고 군 복무를 한 사람들의 선택은 진짜 자유로운 것이 아니며 강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죠. 그 후 에밀리는 반대의견으로 논의를 확장시켰습니다. 100% 지원병제에 찬성한다고 투표한 분들은 이제 둘 사이에 원칙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을 해야 합니다. 100% 지원병제는 단순히 여러분 대다수가 반대한 남북전쟁 때의 유급 대리복무제를 일반화한 게 아닐까요?

 

- 제가 에밀리의 반박을 잘 설명했나요?

- 네.

- 에밀리의 반박에 대답해줄 지원병제 옹호자의 말을 들어봅시다. 말해줄 분 있나요? 말씀하세요.

- 남북전쟁 당시의 제도와 100% 지원병제의 차이는 이것입니다. 남북전쟁 때는 정부가 아니라 개인에게 고용됐어요. 그 결과 다양한 개인에게 고용된 다양한 대리인은 각각 다른 보수를 받았죠. 지원병제의 경우 모든 군인은 정부에 고용돼 같은 급여를 받습니다. 본질적으로는 모두가 돈을 내 군인들에게 급여를 주는 것이죠. 그래서 지원병제가 정당하다고 봅니다.

- 에밀리 생각은 어떤가요?

- 제가 보는 관점은 조금 다릅니다. 지원병제하에서는 전쟁에서 비켜서서 전쟁을 완전히 잊는 게 가능합니다. “나는 돈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거죠. “전쟁에 대한 의견을 가질 필요도 없어. 나라를 지키는 데 내 몫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낄 필요도 없지.” 강제적인 의무병제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종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위협 같은 게 모든 개인한테 존재하죠. 징집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 점에서 징병제가 더 공정하다고 생각해요. 제도가 어떻든 카네기는 복무를 피했을지도 모르지만 한 쪽은 전쟁에서 완전히 비켜서게 해주고 한 쪽은 일정한 의무감을 부과하는 제도죠.

- 에밀리한테 물어보죠. 어떤 병역제도에 찬성합니까? 징병제요?

- 어려운 질문이지만 징병제에 찬성해요. 모두에게 전쟁에 대한 책임을 일깨워서죠. 진정한 책임감이 없다면 소수만이 이념적으로 지지하는 전쟁을 할 수도 있어요.

- 좋아요. 여기에 대해 할 말 있나요?

- 저는 100% 지원병제와 남북전쟁 때의 병역제의 차이가 이거라고 생각해요. 지원병제는 지원하는 게 먼저고 급여는 나중에 따라오는 거죠. 반면 남북전쟁 때 돈을 받고 군대에 간 사람들의 경우에는 군 복무에 대한 희망보다 돈이 먼저였을 거예요.

- 100% 지원병제의 경우, 급여보다 더 중요한 동기는 뭐라고 생각하죠?

- 애국심 같은 게 아닐까요?

- 애국심이라면...

- 나라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요. 급여도 동기 중 하나이기는 하겠지만 제 생각에 지원병제하의 군대가 가장 강조하는 동기는 애국심 같아요.

- 그렇다면... 이름부터 말해주세요.

- 재키입니다.

 

- 애국심 때문에 군 복무를 하는 사람이 돈 때문에 복무하는 사람보다 나을까요?

- 그건 분명하죠. 남북전쟁 때의 제도가 가진 문제점 중 하나는 군대에 들어가고 전쟁에 나가는 사람들이 꼭 참전을 원한 게 아니라는 점일 거예요. 그럼 원해서 온 사람보다 못할 수밖에 없죠.

 

- 알겠습니다. 재키가 제기한 애국심의 문제는 어떻습니까? 군 복무에 있어서 애국심은 돈보다 더 고귀한 동기라는 얘기였죠. 그 점에 반박할 분 있나요? 말씀하세요.

- 훌륭한 군인이 되는 게 애국심이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닙니다. 용병들도 다른 군인들처럼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요. 성조기를 흔들며 미 정부가 말하는 우리의 의무를 지키는 병사들처럼 말이죠.

- 학생은 외부조달 방식에 찬성했나요?

- 네 그렇습니다.

- 이제 재키의 대답을 듣죠. 이름이 뭐죠?

- 필립입니다.

- 제키는 어떻게 생각하죠? 애국심은 별게 아니랍니다.

- 어떤 일에 더 크게 마음을 쓰는 사람은 남보다 일을 더 잘할 거예요. 극단적인 순간이 와서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할 상황이 되면 애국심에서 군대에 간 사람이 돈 때문에 간 사람보다 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죠. 기술적인 면은 뛰어날지 몰라도 용병들은 결과에 관심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나라에 투자한 게 없으니까요.

 

그 얘기에는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애국심이라는 문제를 생각해 보죠. 재키처럼 돈이 아니라 애국심이 최우선 고려사항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면 그건 미국이 시행 중인 직업군인 제도에 잘 부합할까요, 반대하는 근거일까요? 이름은 ‘지원’병제이지만 생각해 보면 그건 조금 잘못된 이름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지원병제는 직업군인을 뜻하죠. 그럼 군대 지원 동기는 돈이 아니라 애국심이 돼야 한다는 말은 어떻습니까? 그 주장이 지지하는 건 현재와 같은 직업군인 제도일까요, 징병제일까요? 논점을 더 분명히 하고, 용병에 찬성하는 필립의 주장을 보완해 보죠.

 

100% 지원병제, 즉 직업군인 제도가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시장이 급료를 받고 복무하겠다는 의사와 각자의 기호에 따라 사람들을 잘 배치해서일까요? 징병제를 꺼리게 한 그 논리, 즉 남북전쟁 때의 혼합식 제도를 거쳐 100% 지원병제에 이르게 한 그 논리, 즉 시장에서의 선택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그 논리를 일관적으로 적용하면 용병제가 옳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재키처럼 아니라고 말한다면, 즉 애국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면 그건 징병제 복귀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애국심이 시민적 의무를 뜻한다면 말이죠.

 

이제 논쟁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오늘 배운 그 합의를 살펴봅시다. 시장에서의 교환에 적용되는 합의였죠. 우리는 두 가지 주장을 들었습니다. 시장 교환의 원칙을 병역 할당에 적용하는 데 반대하는 주장이었죠. 첫 번째 주장은 샘과 라울이 제기했습니다. 강압에 관한 주장이었죠. 시장이 병역을 불공평하게 할당하는 데 반대하는 그 의견은 선택의 자유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사회에 심각한 불평등이 존재해서 돈을 받고 군대에 가는 사람들이 그걸 진정으로 원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기회가 거의 없어서, 군대가 최선의 선택이라서 간다면 말이죠. 그런 선택엔 강압적인 요소가 있다는 게 샘과 라울의 주장입니다.

 

시장을 이용해 병역을 할당하는 데 대한 두 번째 반대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작업으로 군 복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죠. 거기에는 애국심과 시민의 의무가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주장은 부당함과 불평등, 강압에 관련된 주장과 좀 다릅니다. 이 주장이 의미하는 건 시민의 의무가 걸린 일의 경우에는 의무와 권리의 할당을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죠. 이렇게 해서 우리는 두 가지 반대의견을 확인했습니다.

 

이 주장들을 평가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강압과 불평등, 부당함에 대한 첫 번째 주장의 경우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사회적 배경 속의 어떤 불평등이 사람들이 노동을 사고 팔 때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가?’ 입니다. 그게 1번 질문이죠. 시민의 의무와 애국심에 관한 두 번째 주장의 경우 우리는 시민의 의무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군 복무는 그 의무 중 하나일까요, 아닐까요? 무엇이 우리에게 시민의 의무를 지우고 정치적 의무는 어디에는 생길까요? 합의에서 생길까요? 그게 아니면 시민의 의무 중 일부는 어떤 사회에 살며 자기 몫을 지겠다는 합의가 없어도 존재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두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북전쟁 때의 병역제도와 지원병제 관련 토론은 이런 논점을 끌어냈죠. 그 문제들은 다음 시간에 더 고민해 봅시다.

 

-----------------------------------------------------------------------------------------------

 

오늘 제가 여러분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의견을 묻고 싶은 건 생식출산이라는 영역에서의 시장의 역할입니다. 이제 불임 전문병원들이 늘어나 사람들은 광고로 난자 기증자를 찾습니다. 하버드대학 교내신문에도 종종 난자 기증자를 찾는 광고가 실립니다. 보신 적 있나요? 몇 년 전에 실린 광고 하나를 보죠. 이 광고에서 찾는 건 그냥 난자 기증자가 아닙니다. 상당한 금전적 혜택을 제공하며 이 광고가 찾는 난자 기증 여성은 똑똑하고, 건강하고, 신장이 178cm를 넘고, SAT점수가 1400점이 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난자 기증자를 찾는 사람이 제시한 금액은 얼마였을 것 같습니까? 한 번 추측을 해 보세요. 1000달러요? 1만 5000달러? 1만 달러? 그 광고를 보여드리죠.

 

“5만 달러

무료 건강 검진

비용 전액 부담” - 광고 중 일부 -

 

난자 하나에 5만 달러였습니다. 물론 아주 우수한 난자의 값이겠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하버드를 비롯한 대학 신문들에는 정자 기증자를 구하는 광고도 실립니다. 생식능력이란 측면에서 시장은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셈이죠. 정확히 말하자면 동등하지는 않습니다. 정자엔 5만 달러를 제시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정자의 경우에는 정자를 사고파는 대규모 상업적 정자은행이 존재합니다. ‘캘리포니아 정자은행’이란 곳인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그 정자은행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정자를 모집하는데 하버드와 MIT가 있는 케임브리지와 스탠퍼드 부근인 팰러앨토에 사무실이 있죠. 이 정자은행의 홍보물은 정자제공자들이 우수함을 강조합니다.

 

이게 그 정자은행의 웹사이트입니다. 알아두라고 가져왔죠. 보상에 대해 설명한 부분입니다. ‘정자 기증의 유일한 이유가 보상이어서는 안 되겠지만 저희는 기증자가 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함을 압니다.’ 그래서 제시한 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기증자는 한 번에 75달러를 받습니다. 한 주에 세 번 기증을 하면 매달 900달러까지 받을 수도 있죠. 이런 말도 붙어 있습니다. ‘정기적인 인센티브도 지급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티켓이나 상품권으로 기증자가 되는 데 들어간 시간과 노력을 보상해드립니다.’ 정자 기증자가 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지원자의 5%도 합격을 하지 못하죠. 정자은행이 요구하는 기준은 하버드대학보다도 까다롭습니다. 정자은행 대표는 이렇게 말했죠. ‘이상적인 정자 기증자는 키가 183cm 대학졸업자에 갈색 눈, 금발, 보조개가 있는 사람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에서 나타난 소비자들의 선호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는 ‘소비자가 고등학교 중퇴자를 원하면 그걸 제공할 것이다.’라는 말도 했죠.

 

방금 얘기한 두 가지 경우, 즉 난가 기증과 정자 기증 시장은 한 가지 질문을 제기합니다. ‘난자와 정자가 돈으로 거래되어도 좋은가? 거래되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이죠. 그 질문을 고민하며 시장에 관련된 또 다른 경우를 생각해 보죠. 인간의 생식능력과 관계된 계약이 등장하는 경우입니다. 상업적 대리모가 등장하는 사건인데 법정다툼으로 번진 사건이죠. 여러 해 전에 있었던 ‘아기 M’이야기입니다. 윌리엄과 엘리자베스 스턴 부부는 전문직 종사자로 아이를 원했지만 낳을 수가 없었습니다. 스턴 부인의 건강상 위험 때문이었죠. 부부는 불임전문병원으로 갔고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환경미화원의 아내인 29세 여성이었죠. 화이트 헤드는 불임센터가 낸 대리모 모집 광고에 응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계약을 했죠. 계약서에서 윌리엄 스턴은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에게 1만 달러를 지급하고 제반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는 윌리엄 스턴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하고 그 아이를 출산한 뒤 스턴 부부에게 주는 데 합의했습니다.

 

그 뒤의 얘기는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화이트헤드는 출산 뒤 마음을 바꿨고 아이를 자신이 키우고 싶다고 했죠. 사건은 뉴저지법원에서 열린 재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법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말고 도덕적인 질문에 초점을 맞춰봅시다. ‘아기 M’ 재판의 정당한 결론은 계약 이행을 확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그럼 계약을 강제이행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분? 계약이행 쪽에 손을 든 분이 더 많군요. 계약이행에 찬성한 분들과 반대한 분들의 이유를 들어봅시다. 먼저 다수의 속한 분의 의견부터 듣죠. 왜 계약을 확정해야 할까요? 왜 계약을 이행해야 하죠? 이유를 말해주실 분?

 

- 일어서서 말씀 하세요.

- 구속력 있는 계약이니까요. 모두가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계약 내용을 알았어요. 자발적인 합의였고 어머니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았죠. 표면적인 교육수준과 관계없이 네 명은 모두 이해력 있는 성인이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알고 약속을 한 거니까 결국은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 ‘거래는 거대다’는 말이군요.

- 그렇습니다.

- 이름이 뭐죠?

- 패트릭입니다.

 

- 여러분 대다수도 패트릭 같은 생각으로 계약 확정에 찬성하신 겁니까? 그런가요? 좋습니다. 이제 계약 이행에 반대하는 의견을 들어봅시다. 패트릭한테 뭐라고 말하고 싶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말씀하세요.

- 계약이행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모든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제가 보기에 이 경우는 그렇지 않아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에 대해 어떤 감정이 들지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모든 정보를 알지는 못했을 거라는 얘기죠. 어머니는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도 몰랐고 자신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할지도 몰랐어요. 그게 제 생각입니다.

- 그러니까... 이름이 뭐죠?

- 에반 윌슨입니다.

 

- 에반은 계약 이행을 명령하지 않겠답니다. 계약을 맺을 당시 대리모가 자신의 감정을 미리 알 거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는 계약을 할 때 적절한 정보를 가지지 않는 것입니다. 계약 이행을 명령하지 않겠다는 분 또 없습니까? 말씀하세요.

- 일반적인 경우에는 계약 이행이 옳겠지만, 아이는 진짜 어머니에 대해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어머니가 원한다면 아이도 그 어머니에 대한 권리를 가져야죠.

- 양모가 아닌 생모를 얘기한 거죠?

- 네.

- 이유가 뭐죠? 이름부터 말해주세요.

- 애나입니다.

- 애나, 그 이유가 뭐죠?

- 제가 생각하기에는 자연적으로 생긴 유대가 계약에 의해 생긴 유대보다 강하니까요.

- 의견 고맙습니다. 다른 분? 말씀하세요.

 

- 저는 아이가 생모에 대해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입양과 대리출산은 정당한 거래였다고 생각해요. 그건 개개인의 자발적 합의였다고 봅니다. 자발적인 합의라면 강압이란 문제를 여기에 적용할 수 없죠.

- 강압이라는 반박은 받아들일 수 없다?

- 네.

- 이름이 뭐죠?

- 캐슬린입니다.

 

- 에반한테는 뭐라고 하고 싶나요, 캐슬린? 에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합의의 문제는 강요가 아니라 정보 부족이라고요. 아이를 보고 느낄 감정에 대해 적절한 정보가 없었다고요. 어떻게 생각하시죠?

- 대리모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법률과 정의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감정 변화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아이를 입양시키기로 결정했다가 나중에 아이를 키우고 싶어졌다면 안타까운 일이기는 했죠. 하지만 그 계약은 그 어머니가 직접 맺은 것입니다.

- 패트릭처럼 거래는 거래라는 거죠?

- 네, 제 생각도 같아요.

- 알겠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 아이가 어머니에 대해서 권리를 가진다는 의견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머니가 아이에 대해 권리를 가지는 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장의 힘이 침투하지 말아야 할 영역도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대리출산 거래에는 인간을 사고파는 성격이 내재돼 있고 그건 비인간적이고 부당한 일 같습니다. 그게 제 반대 이유죠.

- 이름부터 말해주세요.

- 앤드루입니다.

- 아이에 대한 권리를 사고파는 게 어째서 비인간적인가요?

- 어떤 면이 비인간적이죠?

- 왜냐하면 타인의 생물학적 권리를 사는 거니까요. 현행 법률로도 자기 아이는 팔 수 없어요. 내 아이라고 해도 남에게 팔거나 노예로 팔아넘기는 걸 법률이 금지하죠.

- 이 경우가 아기 판매와 같다는 말이죠?

- 네. 어느 정도는 같죠. 타인과 계약을 하고 합의를 했다고 해도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감정적 유대가 존재한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걸 무시하는 건 옳지 않아요.

 

- 알겠습니다. 앤드루한테 할 말 있나요?

- 부인할 수 없는 감정적 유대가 존재한다고 했죠? 그렇다고 입양이나 대리출산에 대해 꼭 반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감정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만 지적하면 되죠.

- 제 얘기는 이겁니다. 모든 걸 숫자로 환산하는 일은 쉬워요. 자를 살 때처럼 계약이란 말로 끝내는 거죠. 하지만 근원적인 감정이란 게 사람한테는 존재합니다. 그 감정들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에요.

- 아기를 파는 것과 비슷하다는 앤드루의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죠?

- 입양과 대리출산은 허용돼야 한다고 봐요. 제가 나중에 거기 동참하든 하지 않든 정부는 입양과 대리출산에 대한 권리를 시민에게 줘야 한다고 봅니다.

- 하지만 입양의 경우에는...

- 입양은 아기를 파는 게 아니라고요?

- 입양할 아이를 입찰에 부치는 게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그게 앤드루의 반박입니다.

- 아기를 입찰에 부칠 수 있어야 하냐고요? 아뇨... 아니, 그래야 해요! 시장이잖아요. 그 정도까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부가 그걸 허용할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 잘 알겠습니다. 앤드루도 질문 없죠?

- 네. 저도 대리출산은 허용돼야 한다고 봅니다. 할 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계약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계약 이행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봐요.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 앤드루 의견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는 있어야 하지만 법정에서 이행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거죠?

- 그렇습니다.

 

- 이쪽이나 저쪽에 덧붙일 의견이 있는 분? 말씀하세요.

- 제 시각이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오빠가 정자은행에 정자를 기증한 적이 있기 때문이죠. 오빠도 아주 큰돈을 받았어요. 키가 183cm 정도고 금발은 아니지만 보조개는 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고모고 오빠는 아빠인 셈이죠. 정자를 받은 건 오클라호마의 레즈비언 커플인데 그 커플은 오빠한테 연락해서 딸의 사진을 보내줬어요. 하지만 오빠는 자기 딸에 대해서 감정적 유대를 느끼지 않습니다. 생김새가 어떻고, 뭘 하고, 잘 지내는지 궁금해 하기는 하죠. 하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은 없어요. 이 경험으로 봤을 때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유대감은 아버지와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흥미로운 얘기군요. 이름이 뭐죠?

- 비비안입니다.

 

- 우리는 상업적 대리출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기를 파는 것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듣고 둘이 진짜 비슷한지 생각해 보기도 했죠. 상업적 대리출산을 정자 판매와 비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비비안은 정자 판매와 아기 판매, 혹은 대리출산이 아주 다르다고 말했죠?

-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르니까요.

- 제공하는 서비스가 달라서 유대감이 다르다는 말인가요?

- 네, 투자하는 시간도 다르죠. 9개월을 투자하는 어머니와 남자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정자은행에 가서 포르노 영화를 보고 컵에다 정자를 받는 남자하고는 다르죠. 둘은 동등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 알겠습니다.

- 정자은행에 가면 그렇게 하거든요.

- 정말 재미있는 토론이네요.

 

■ 대리 출산 계약 이행에 대한 반대

 

1.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정보

- 강압

- 정보 부족

2. 비인간적임.

 

이제 지금까지의 토론을 정리해봅시다. 대리출산에 반대하는 이유,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데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문제가 있는 합의라는 반대인데 여기서의 이유는 강압 혹은 암묵적 강압이 아니라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정보입니다. 문제가 있는 합의가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원인엔 강압이나 적절한 정보의 부족도 있죠. 적어도 우리가 들은 주장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대리출산 계약의 강제 이행에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어쩐지 비인간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법정에서 재판이 벌어졌을 때 이 논쟁들은 어떤 판결을 받았을까요?

 

하급심은 계약을 이행하라고 판결합니다. ‘계약 시 누구도 우월한 위치가 아니었다. 양측은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합의해 계약을 맺었다. 누구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았고 누구도 우월한 교섭력을 가지지 않았다.’ 사건은 뉴저지 대법원으로 갔죠. 거기서는 어떻게 됐을까요? 계약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양육권은 아버지인 스턴 씨에게 줬죠. 그게 아기에게 최선이라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의 권리도 되돌려줬고 방문권의 세부사항을 결정하는 건 하급법원에 맡겼습니다.

 

대법원은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는데 앤드루의 주장과 방향이 비슷합니다. 첫째,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의 합의였다는 점입니다. ‘그 계약에 따라 생모는 아이와의 유대감을 알기도 전에 돌이킬 수 없는 약속에 묶인다. 그녀의 결정은 전적으로 자발적이거나 충분한 정보에 기초한 것이 아니었다. 출산 이전의 모든 결정은 가장 중요한 측면의 정보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결한 법원은 우리 토론의 두 번째 반박처럼 대리출산의 상업화에 대한 반대의견도 내놓았습니다. ‘이것은 아이의 매매다’라고 법원을 말했죠. ‘혹은 아이에 대한 어머니의 권리를 매매한 것이다. 당사자들이 어떤 이상적인 동기를 가졌든 이 계약을 장악하고, 채우고 궁극적으로 지배하는 건 이윤 동기다.’

 

그리고 법원은 말하죠. ‘잘못된 합의나 충분한 정보에 대한 논쟁과 관계없이 문명화된 사회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게 이 계약을 무효로 선언하며 법원이 한 말이죠. 시장이 생식과 출산의 영역으로 확대되는 데 대한 법원의 두 가지 반대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주장인가요? 사실만 놓고 보면 월리엄 스턴과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는 자발적으로 합의하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유로운 합의를 막는 요소는 적어도 두 가지가 있죠.

 

첫째는 합의하라는 압력이나 강압을 받는 경우입니다. 둘째는 충분한 정보 없이 합의한 경우죠. 대리출산의 경우 법원은 어머니가 이미 두 아이를 출산했다 해도 돈 때문에 아이를 낳고 넘겨줄 때의 심정을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 반대 이유를 평가하기 위해 우리가 결정해야 할 점은 이것이죠. ‘자발적인 교환이 되려면 교섭력과 동등한 정보라는 측면을 어느 정도까지만 무시해야 하는가?’ 그게 첫 번째 문제입니다. 두 번째 반박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두 번째 반박은 좀 더 추상적입니다. 더 어렵죠. 앤드루도 지적한 문제였습니다. 출산을 시장에서의 거래로 만드는 게 비인간적인 일이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읽는 철학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앤더슨은 앤드루가 말한 불편함을 좀 더 철학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대리모가 아이에 대해 느끼는 모성애를 억누르라고 강요함으로써 대리출산 계약은 여성의 출산을 일종의 소외된 노동으로 바꿔버린다. 대리출산은 소외된 노동이다. 왜냐하면 임신이라는 사회적 행위가 마땅히 추구하는 목적에서 벗어난 출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목적은 바로 아이와의 감정적 유대감이다.” - 엘리자베스 앤더슨 -

 

앤더슨이 의미하는 건 몇몇 재화는 효용이나 이익만으로 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몇몇 재화는 효용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따져야 합니다. 재화를 평가하고 논하는 다른 방식, 효용과 관계없는 그 방식은 무엇일까요? 앤더슨은 여러 가지를 말합니다. 존중, 감사, 사랑, 명예, 경외심, 신성함 등이죠. 효용 외에도 가치 평가의 방식은 많습니다. 그리고 몇몇 재화는 사용가치만으로 적절한 평가를 하는 게 불가능하죠. 앤더슨의 주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어떻게 보면 그 주장은 우리를 공리주의에 대한 논쟁으로 회귀시킵니다.

 

재화를 논하는 적절한 방식은 효용, 즉 공리뿐일까요? 생명, 즉 병역과 생식, 출산도 예외가 아닐까요? 만약 다른 기준이 있다면 우리는 그런 재화에 어떤 가치기준이 적당한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몇 년 전, 추문에 휩싸인 의사가 있었습니다. 버지니아의 불임치료 전문의 세실 제이콥슨이었죠. 그 병원엔 기증자 목록이 없었습니다. 환자들은 몰랐지만 모든 인공수정에 쓴 정자의 주인은 한 사람, 제이콥슨 자신이었기 때문이죠. 법정에서 증언한 한 여성은 새로 태어난 아기가 의사를 쏙 닮아서 기가 막혔다고 말했습니다. 여성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 제이콥슨 박사를 비난할 수는 있습니다. 합의에 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죠.

 

칼럼니스트 엘런 굿맨은 이 기괴한 사건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제이콥슨 박사는 불임치료 사업에 자신의 개성을 가미했고 이제 우리는 정자 기증에 대해 재고하게 됐다.’굿맨의 결론은 ‘아버지의 자격은 기증이 아니라 행동으로 생긴다’ 입니다. 제가 보기엔 칼럼니스트 굿맨이나 철학자 엘리자베스 앤더스가 뜻한 것, 그리고 앤드루가 ‘비인간적’이라는 말로 암시하고자 했던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입니다. 합의에 관한 문제를 제외해도 몇몇 재화는 효용보다 고차원의 방식을 써야 제대로 평가되기 때문에 살 수 없는 것이죠. 그 질문들이 철학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우리가 앞으로 공부할 문제들입니다.

 

* 저작권은 PBS / Harvard University에 있고, 번역은 EBS 방송에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상업적인 용도는 사용을 금합니다.

출처 : 책을 벗 삼아
글쓴이 : 문화재지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