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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버드 특강 "정의" - 4부 존 로크와 자유지상주의

다니엘22 2011. 9. 5. 04:09

4강. 존 로크와 자유지상주의

(This Land is My Land/Consenting Adults)

 

<개요>

 

 

네 번째 시간에는 자유지상주의와 미국 독립선언에 큰 영향을 준 영국 철학자 존 로크의 사상에 대해 알아본다. 로크는 국가가 개인의 기본권 중 일부를 제한할 수 없고, 재산권을 자연권으로 본다는 점에서 자유지상주의와 유사해 보인다. 로크는 자유롭고 평등한 자연 상태에도 자신의 자연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제약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른바 ‘양도할 수 없는 권리’다.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는 국가보다도 먼저 나타났다. 로크는 또한 자기소유 개념에서 노동을 통한 재산 생성을 설명한다. 채집과 사냥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경작을 통해서도 인간을 재산을 얻으며, 경작을 하고 울타리를 치는 경우에는 땅까지 소유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존 로크에게 두 번째로 중요한 주제는 합의다. 로크는 합법정부는 합의에 기반을 둔 정부라고 말한다. 자연 상태를 벗어나 공동체를 세울 때 사람들은 합의를 하고, 그 합의는 커다란 구속력을 가진다. 자유지상주의와 비슷해 보이던 로크는 ‘합의’라는 문제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로크에게 합의는 아주 중요하고, 다수의 합의가 만들어낸 법률은 개인의 기본권마저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왕이나 절대 권력자의 변덕에 의한 임의적인 지배가 아니라면, 징집을 통해 시민을 전쟁터에 내보내고, 세금을 거둬들여도 로크에게는 권리 침해가 아니다. 후대의 많은 사상가에게 큰 영향을 끼친 존 로크. 하지만 그가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을 옹호한 건 어쩌면 북아메리카 식민지 중 하나의 행정관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자유지상주의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로크의 사상을 함께 공부해보자.

 

<강의 내용>

 

오늘 우리는 존 로크를 공부합니다. 언뜻 보기에 로크는 자유지상주의의 든든한 동맹군 같습니다. 첫째, 오늘날의 자유지상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기본적인 개인권 중에는 아주 중요한 것들이 있어서 대의제 정부, 즉 민주 정부도 이 권리들을 침해할 수가 없다고 믿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믿는 기본권 중에는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자연권이 포함되죠. 게다가 로크의 주장에 따르면 재산권은 정부나 법률이 만들어낸 게 아닙니다. 재산권은 정치 이전에 존재하기 때문에 자연권에 속합니다. 재산권은 인간 개개인에게 귀속되는 권리로 정부보다 먼저 존재하고 권리를 규정하고 집행하는 의회나 입법기관보다도 먼저 존재합니다.

 

로크는 말합니다. ‘자연권을 가진다는 게 뭔지를 생각해 보려면 정부나 법이 존재하기 전의 상황을 상상해야 한다.’ 로크한테 ‘자연’이란 말은 그런 뜻이죠. 그는 자연 상태가 자유의 상태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입니다. 자원 상태에서는 계급이 없죠. 왕으로 태어나는 사람, 농노로 태어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죠. 하지만 로크는 자유의 상태방종의 상태다르다고 지적합니다.

 

자연의 상태에는 일종의 법이 존재하죠. 그 법은 입법기관이 만든 게 아닙니다. 그 법은 자연법입니다. 자연법은 자유로운 자연 상태에서도 우리가 하는 일에 제약을 가합니다. 어떤 제약일까요? 자연법이 가하는 유일한 제약은 우리가 가진 자연권을 포기할 수 없고 타인의 자연권을 빼앗을 수 없다는 제약입니다. 자연법 아래에서 나는 마음대로 타인의 생명과 자유를 빼앗을 수 없죠. 내 생명과 자유, 재산을 마음대로 버릴 수도 없습니다. 자유롭기는 해도 자연법을 위반할 자유는 없는 것이죠. 내 생명을 버리거나 나를 노예로 팔아버리거나 나를 지배할 절대적인 권리를 타인에게 마음대로 줄 수가 없습니다. 최소한의 제한 같이 보일 겁니다. 그런데 이 제한은 왜 존재할까요? 

 

“인간은 유일하고 전지전능한 조물주의 작품이며 유일한 주권자의 종으로서, 그의 명령에 따라 그의 사업을 위해 세상에 왔기 때문에, 인간은 조물주의 재산이며 그가 원할 때까지 존재해야 한다.” - 존 로크 -

 

로크는 그 이유를 말해줍니다. 로크가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죠. 이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인간은 유일하고 전지전능한 조물주의 작품이며 때문에’, 즉 신의 작품이기 때문에 ‘조물주의 재산이며, 그가 원할 때까지 존재해야 한다.’ 그러니까 내가 나의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자연권을 포기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는 엄격히 말해 그 권리들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신의 창조물이기 때문이죠. 신은 우리에 대해 더 포괄적이고 우선적인 재산권을 가집니다. 신을 믿지 않는 분은 불충분하고 설득력 없는 대답이란 생각이 들 겁니다.

 

로크는 그런 사람들에게 뭐라고 했을까요? 이성이란 개념에 호소하는 대답을 들어보죠. 자유의 의미에 대해서 충분히 숙고를 하면 자유는 그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는 대답입니다. 로크는 다음의 말로 이 의미를 표현했죠. ‘자연 상태는 자연법이 지배하는데 자연법은 모두에게 적용된다. 그 법은 이성인데 모두가 참고하는 이성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독립적인 존재이며 누구도 타인의 생명, 자유, 건강, 자유, 재산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권리에 대한 로크의 알쏭달쏭하고 모순적인 설명이 이어지죠. 어떻게 보면 친숙하고 어떻게 보면 이상한 얘기입니다.

 

“자연 상태는 자연법이 지배하는데 자연법은 모두에게 적용된다. 그 법은 이성인데, 모두가 참고 하는 이성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독립적인 존재이며 누구도 타인의 생명, 건강, 자유, 재산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 존로크

 

우리의 자연권이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는 얘기죠. ‘양도할 수 없다’는 건 포기하거나 없애거나 교환하거나 팔 수 없다는 겁니다. 비행기 티켓은 양도가 불가능합니다. 미국의 미식축구, 프로야구 티켓도 그렇죠. 양도 불가능한 티켓은 남에게 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주인이기는 하지만 남에게 팔 수 없고 내가 써야만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어떤 측면에서 보면 양도할 수 없는 권리로 내 것을 덜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봅시다. 특히 생명, 자유, 재산에 관한 권리의 측면에서 볼 때 양도할 수 없는 권리는 더 철저하고 근원적인 나의 권리입니다. 그게 로크가 말한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의 의미죠. 그런 권리는 미국 독립선언문에 나타납니다. 제퍼슨은 로크의 이 개념에 의거해 양도할 수 없는 권리로 생명권과 자유권을 언급하고 행복추구권을 덧붙였습니다.

 

양도할 수 없는 권리는 너무나 본질적으로 내 것이기 때문에 나조차도 팔거나 포기할 수 없는 권리입니다. 이 권리들은 자연 상태에서 어떤 국가보다도 먼저 존재한 권리죠. 생명과 자유의 경우, 나는 자살을 하거나 나를 노예로 팔아버릴 수 없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강제로 노예로 만들 수도 없죠. 재산권은 왜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일까요? 로크에게 있어서 사유재산이 어떤 정부보다도 먼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주 중요합니다. 사유재산은 어째서 어떤 정부보다 먼저 존재할 수 있을까요?

 

“각자는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다. 그 권리는 자신 외에 누구에게도 없다. 그가 하는 육체의 노동과 손의 작업은 정당하게 그의 것이라 할 수 있다.” - 존 로크 -

 

로크의 유명한 대답은 27절에 나옵니다. ‘각자는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다. 그 권리는 자신 외에 누구에게도 없다. 그가 하는 육체의 노동과 손의 작업은 정당하게 그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로크는 후대의 자유지상주의자들처럼 우리가 자신을 소유한다는 생각, 스스로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는 생각에서 우리가 자신의 노동을 소유한다는 생각으로 나아갑니다. 그 다음에는 우리가 자신의 노동과 임자 없는 물건을 혼합할 때 그것은 우리 재산이 된다는 생각으로 나아가죠.

 

“그러므로 그가 자연이 제공하고 남겨준 상태로부터 어떤 것을 가지고 와서 자신의 노동과 결합시키고 자신의 어떤 것을 그것에 첨가한다면 그것은 그의 소유가 된다.” - 존 로크 -

 

‘그러므로 그가 자연이 제공하고 남겨준 상태로부터 어떤 것을 가지고 와서 자신의 노동과 결합시키고 자신의 어떤 것을 그것에 첨가한다면 그것은 그의 소유가 된다.’ 왜일까요?

 

“이 노동은 의심할 바 없이 노동을 제공한 사람의 것이며 그 외에 누구도 노동과 결합된 것에 대해 권리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쓸 양질의 충분한 자원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 존 로크 -

 

‘이 노동은 의심할 바 없이 노동을 제공한 사람의 것이며 그 외에 누구도 노동을 첨가하고 노동과 결합한 것에 대한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단서를 덧붙입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쓸 양질의 충분한 자원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하지만 우리가 자연에서 얻는 재산엔 땅에서 자라는 과일이나 사냥으로 얻는 사슴, 낚시로 얻는 물고기뿐 아니라 땅을 경작하고 울타리를 쳐서 기르는 감자도 있습니다. 그 경우 우리는 감자뿐만 아니라 땅 역시 소유하게 되죠.

 

“인간이 땅을 갈고, 씨 뿌리고, 가치를 높이고, 재배하고, 이용하는 한 그 땅의 산물은 그의 재산이다. 말하자면, 그는 노동을 통해서 공용 토지에 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 존 로크 -

 

‘인간이 땅을 갈고, 씨 뿌리고, 가치를 높이고, 재배하고, 이용하는 한 그 땅의 산물은 그의 재산이다. 그는 노동을 통해서 공용 토지에 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양도할 수 없는 권리란 개념은 로크와 자유지상주의를 갈라놓는 것 같습니다. 자유지상주의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하죠. ‘우리는 절대적인 재산권을 갖고 있다. 고로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 점에 있어서 로크는 든든한 동맹군이 아니죠. 로크에 따르면 자연권을 깊이 생각할 때 도달하는 결론은 우리의 자연권 행사에는 일부 제한이 존재하며 그 제한의 근거는 신 혹은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는 이성입니다.

 

진정한 자유는 우리의 권리가 향도 불가능함을 깨닫는 것이죠. 이것이 로크와 자유지상주의자의 차이점입니다. 하지만 재산권에 대한 설명에는 로크는 다시 든든한 동맹군으로 보이기 시작하죠. 사유재산에 대한 그의 주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주인이므로 우리의 노동과 노동의 결과도 우리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채집하고 사냥한 것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울타리를 치고 경작하고 이용한 토지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얻게 되죠. 몇몇 예들의 경우에 임자가 없는 것들을 취해서 노동으로 재산을 일굴 수 있다는 주장은 도덕적 깨달음을 가져오지만 이에 대한 논쟁도 종종 벌어집니다.

 

부자 나라와 개발도상국 사이에 벌어지는 지적재산권 관련 무역분쟁 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최근에는 약품 특허법을 두고 갈등이 고조됐죠. 서방국가, 특히 미국은 이렇게 말합니다. “미국 제약업계는 신약들을 개발한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미국 회사들의 관련 특허를 존중해주기 바란다.” 한편 남아공에서는 에이즈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산 에이즈 치료제는 엄청나게 비싸서 남아공 사람 대부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남아공 정부는 이렇게 말했죠. “에이즈와 레트로바이러스 치료 약물의 복제약을 구매하기 시작하겠다. 약값이 크게 저렴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한 제약회사가 치료제들의 제조방식을 알아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허를 존중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주 적은 비용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말했죠. “이 회사는 연구비를 투자해 그 약을 만들어냈다. 특허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그런 약을 대량생산하면 안 된다.” 그래서 분쟁이 생겼고 미국 제약회사는 남아공 정부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저렴하게 복제약을 사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였죠. 그들의 눈에 복제약은 지적재산권 침해 사례였습니다. 결국 미국 제약업계는 소송을 포기하고 말합니다. 복제약을 사도 좋다고 말이죠. 어쨌든 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법을 두고 벌어진 이 논쟁은 자연 상태에 대한 최신 형태의 논쟁인지도 모릅니다. 국가 간에는 특허권과 재산권에 관한 통일된 법이 없기 때문이죠.

 

지적재산권 위반이 쉽다는 얘기입니다. 국제사회가 일정한 합의에 도달해 규칙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말이죠. 사유재산에 대한 로크의 설명은 어떻습니까? 사유재산이 정부와 법보다 먼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죠? 로크의 설명은 성공적인가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 손을 드세요.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 비판하는 의견을 들어보죠. 합의 없이도 사유재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로크의 주장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 말씀하세요.

- 유럽의 문화적 잣대를 정당화하죠. 미국 원주민들은 토지를 경작하지는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메리카 대륙에 온 유럽인들은 경작을 통해서 이 땅을 개발했어요. 당시까지 미국에 살던 원주민 부족들은 경작을 하지 않았지만 말이죠.

- 그러니까 로크의 주장이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옹호하는 데 쓰였다?

- 네, 외부인들이 들어와 경작을 하면 원래의 획득 관계가 복잡해지니까요.

- 알겠습니다. 이름이 뭐죠?

- 로셜입니다.

- 로셜의 말에 따르면 사유재산 발생에 대한 로크의 설명이 유럽인들이 정착하던 시기의 북아메리카 상황에 들어맞는다고 합니다. 유럽인들의 토지 전유를 변호하는 수단이었다고 생각하나요, 로셜?

- 그렇습니다. 로크는 명예혁명 역시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식민지 개척 역시 정당화했을 것 같아요.

- 흥미로운 역사적 연상이군요. 얘기할 게 많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로크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죠. 학생의 생각대로 로크의 주장이 북아메리카의 토지를 울타리를 치지 않은 원주민들한테서 빼앗는 걸 정당화했다면 로크의 정당화는 옳은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그의 주장은 잘못됐고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것을 합리화한 것에 지나지 않을까요?

- 두 번째로 마음이 기우네요.

- 그렇군요.

- 제 생각도 그렇거든요.

 

- 좋아요. 그럼 이번에는 사유재산에 대한 로크의 설명을 옹호하는 의견이 있는지 봅시다. 로크를 옹호하는 의견이 로셜의 우려에도 답을 줄 수 있을까요? 울타리를 세우지 않았던 원주민들한테서 땅을 뺏은 식민주의자를 옹호한다는 우려죠. 그 점에 대해서 로크를 변호해 줄 분 있습니까?

- 로크를 변호할 준비가 됐나요?

- 로크가 유럽인들의 원주민 학살을 정당화한다고 말했는데 로크가 그걸 정당화했다고 누가 그러죠? 유럽의 식민지 개척이 옳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제2서한>에서 얘기한 건 전쟁상태일 수도 있어요.

- 원주민과 정착한 식민주의자들 사이의 전쟁 말인가요? 전쟁이 일어났을 수도 있는데 동의나 합의가 이뤄져야 전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합의가 필요했을 거라는 얘기인가요?

- 그렇습니다.

- 문제 해결을 위해서 말이죠?

- 합의를 하고 문제를 처리해야 했을 겁니다.

- 이름이 뭔가요?

- 덴입니다.

 

- 로셜의 말은 어떻게 생각하죠? 27절과 32절에 나오는 토지 전유에 대한 주장이 만약 유효하다면 그건 땅을 빼앗고 남들을 내쫓은 정착민들을 정당화하는 것일까요? 덴은 이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나요?

- 원주민들도 그렇게 한 게 아닌가요?

- 북미 원주민들은 수렵 채집민이었고 땅에 울타리를 치지는 않았죠. 그 점에서는 로셜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묻고 싶은 건... 네, 말씀하세요.

- 하지만 로크는 도토리, 사과를 줍거나 일정한 땅에서 물소 사냥을 해도 땅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내 노동이 땅에 울타리를 치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물리적인 울타리가 없다고 해도 땅의 주인이 아니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 땅을 이용하고 있었으니까?

- 로크의 말에 따르면, 그렇죠.

- 로크의 말에 따르면 원주민들 역시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는 거죠?

- 네.

- 땅에 대한 재산권을 말입니다. 로크를 자기편에 끌어오지 않은 것뿐이죠.

- 좋아요. 알겠습니다.

 

- 로크를 변호하는 의견 하나 더 듣죠. 말씀하세요.

- 로크를 변호하자면, 로크는 다른 사람의 땅을 뺏을 수 없는 경우들도 말했어요. 예를 들어 사람들의 공공재산인 땅은 개인이 가질 수가 없습니다. 북미 원주민들은 이미 땅을 경작하고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로크가 영국인 모두의 재산이라고 지칭했던 땅과 비슷한 것이죠. 모두가 공유한 땅은 뺏을 수 없습니다.

- 흥미로운 얘기로군요.

-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쓸 땅이 충분히 남지 않는 경우에도 땅을 차지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땅을 차지하려고 할 때는 반드시 남들도 나처럼 양질의 땅을 충분히 차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 맞는 얘기네요. 로크는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얻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쓸 양질의 충분한 땅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죠. 이름이 뭔가요?

- 펭입니다.

- 펭은 댄의 의견에 동의하는군요. 로크의 논리구조 안에도 원주민에게 유리한 주장은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또 다른 질문입니다. 사유재산권이 자연법적인 것이고 규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즉 정부의 통치에 동의하기 이전에 사유재산권을 얻을 수 있다면 그 권리는 합법적인 정부의 역할에 어떤 제한을 가할까요? 로크가 자유지상주의 국가관의 동지인지 비판자인지를 최종적으로 알아보려면 우리는 자연권이 사회에 들어간 뒤 어떻게 변하는지를 물어야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동의와 합의에 의해 사회에 들어갑니다. 자연 상태를 떠나 다수의 지배, 인간이 만든 법체계의 지배를 받죠. 하지만 인간이 만든 법은 자연법을 존중하는 경우에만 정당합니다. 양도할 수 없는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권리를 존중할 때만 정당하죠.

 

아무리 민주적으로 구성된 의회, 입법기관이라고 해도 우리의 자연권을 정당하게 침해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법도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생각은 정부의 역할을 상당하게 제한하자는 생각을 지지해 결국 자유지상주의자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기는 이릅니다. 로크가 자연법을 강조한다고 해도 정부는 나타날 수밖에 없고 로크가 제한된 정부, 즉 설립 목적에 따라 제한되는 정부를 주장한다고 해도, 그 목적이 주로 재산 보호라고 해도, 무엇을 내 재산으로 간주하고 내 생명과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정하는 건 바로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재산이 존재하고, 생명과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은 정부에 한계를 부여합니다. 그렇지만, 내 생명과 재산을 존중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부가 결정하고 규정할 일이죠. 어째서 그럴까요? 로크가 모순에 빠진 걸까요? 아니면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 걸까요? 로크와 자유지상주의의 합치 여부를 결정해 줄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로크에게 합법적인 정부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다음 시간에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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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우리가 시작한 이야기는 로크가 말한 자연 상태와 사유재산권, 합법적인 정부에 대한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합법적인 정부는 합의에 기반을 두는 제한된 정부입니다. 로크는 몇몇 기본권이 정부의 기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죠. 그 기본권은 자연권으로 법률이나 정부가 부여한 권리가 아닙니다. 로크의 위대한 철학적 실험은 합의에 기반을 두지 않은 사유재산권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나 입법기관이 규정하기 이전에 존재한 사유재산을 설명하려고 했죠. 그게 로크의 질문이고 주장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얻는 소유물에는 채집과 사냥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땅 자체도 포함될 수 있는데 그러려면 타인들이 이용한 물질의 충분한 땅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합의라는 문제로 넘어가 봅시다.

 

로크에게 합의는 두 번째로 중요한 문제죠. 첫째가 사유재산, 둘째가 합의입니다. 합의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우리 강좌의 첫째 주부터 합의라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뚱보 남자를 다리 너머로 밀어버리는 일에 대해 토론했던 게 생각나십니까? 누군가는 말했죠. “남자는 희생을 하겠다고 동의하지 않았어요. 했다면 얘기가 다르죠.” 어린 사환에 대한 토론도 했습니다. 소년을 죽여서 먹은 일에 대해 누군가는 말했죠. “제비뽑기에 합의했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그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합의는 이렇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오늘 공부하는 로크는 합의에 대해 고민한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하나죠. 도덕철학, 정치철학에서 합의는 명백하고 친근한 개념입니다. 로크는 합법정부가 합의에 기초한 정부라고 했는데 이제 누가 그 말에 반대하겠습니까?

 

정치철학자들에게 합의에 관한 로크의 사상은 지나칠 정도로 친근해서 거기서 의미나 흥미를 찾기 힘들 정도죠. 하지만 합의가 합법정부의 기반이라고 보는 로크의 설명에는 알쏭달쏭하고도 이상한 부분들이 존재하고 저는 오늘 그 점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합의에 대한 로크의 사상이 설득력이 있는지 시험하고 그 사상의 몇몇 난점들을 알아보는 방법 중 하나는 합의에 의해 세워진 합법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로크가 말하는 합법정부는 어떤 힘을 갖고 있을까요? 그 질문에 답하려면 자연 상태가 어떤 것인지를 기억하는 게 좋습니다. 자연 상태는 우리가 떠나기로 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합의라는 문제가 생긴 것이죠. 왜 자연 상태를 떠나서 힘들게 정부를 만들려고 할까요? 로크는 그 질문에 뭐라고 답했을까요? 로크는 자연 상태에 불편한 점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모두가 자연법을 집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집행자가 되죠. 로크는 그걸 ‘자연 상태의 집행자’라고 부릅니다. 집행자는 말 그대로 집행자입니다. 누군가가 자연법을 어기면 그 사람은 침략자나 다름이 없고 이치를 벗어난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처벌할 수 있죠. 자연 상태에서는 처벌의 수위를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나를 뒤쫓는 사람, 나를 죽이려는 사람은 죽여 버릴 수도 있습니다. 자기방어죠.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누구나 남을 처벌할 수 있습니다. 사형을 집행할 대상은 나를 쫓아와서 내 목숨을 노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내 재산을 노리는 도둑도 될 수 있죠. 그것 역시 자연법을 공격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제삼자의 재산을 훔친 사람을 내가 처벌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왜일까요? 자연법 위반은 일종의 공격행위입니다. 그런데 경찰, 재판관, 배심원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모두가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되는 것이죠. 로크는 사람이 자신의 사건을 재판하면 흥분하기가 쉽다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는 불편한 점들이 생기는 것이죠. 도를 지나치는 겁니다. 자연법을 어기고 마음대로 처벌을 하면, 순식간에 모두가 불안해져서 생명, 자유, 재산에 관한 양도 할 수 없는 그런 권리를 마음 놓고 누릴 수가 없죠. 로크는 단호하고 으스스하기까지 한 말로 자연법을 어기는 사람한테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설명합니다.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늑대, 사자를 죽인 때와 다르지 않다. 그런 인간의 호소할 수단은 힘과 폭력뿐이다. 그러니 그를 맹수로 취급해야 할지도 도른다. 그 위험하고 유해한 짐승들은 자기 손아귀에 돌아오는 사람을 무조건 죽이려고 한다.” - 존로크 -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늑대나 사자를 죽일 때와 다르지 않다. 그런 인간이 호소할 수단은 힘과 폭력뿐이다.’ 이 말도 들어 보시죠. ‘그러니 그를 맹수로 취급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위험하고 유해한 짐승들은 자기 손아귀에 들어오는 사람을 무조건 죽이려고 한다.’ 그러니 먼저 죽이란 말이죠. 처음에 자연 상태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모두가 자유롭지만 법은 있죠.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입니다. 양도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권리죠. 이렇게 괜찮은 것 같던 자연 상태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니 거칠고 폭력이 난부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 상태를 떠나기로 했죠.

 

어떻게 떠날까요? 바로 여기서 합의가 등장합니다. 자연 상태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단 하나

합의를 하는 것입니다. 자연법 집행을 포기하는 데 합의하고정부나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데 합의하는 것이죠. 그 정부나 공동체에는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 있고 모든 사람은 정부나 공동체에 들어가기 전에 다수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나면 까다로운 질문이 생기죠. 여러분의 의견을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다수는 어떤 걸 결정할 수 있을까요?

 

로크한테도 까다로운 질문입니다. 여러분도 기억하다시피 합의와 다수의 지배가 존재하는 동시에 양도 불가능한 자연권이 존재해서죠. 아시다시피 자연권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민사회를 만들 때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수가 사회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습니다.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할 수는 없죠. 그럼 이런 궁금증이 듭니다. 다수의 힘은 얼마나 크고, 합의로 세워진 정부는 어느 정도의 제한을 받을까요?

 

그 제한은 다수가 지는 의무에 의해 생겨납니다. 시민의 기본적 자연권을 존중하고 시행해야 할 의무죠. 그 자연권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정부를 만들어도 포기할 수가 없죠. 미국 독립선언문에도 나오는 이 강력한 개념은 제퍼슨이 로크한테서 물려받은 것입니다.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는 개념이죠. 이제 두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조던과 게이츠 생각나시죠? 재분배를 위한 징세에 자유지상주의는 반대합니다. 로크의 제한된 정부는 어떨까요? 로크가 재분배를 위한 세금에 반대할 근거를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분 있습니까?

 

● 토론

 

- 없나요? 말씀하세요.

- 다수가 세금이 필요하다고 결정해도 소수는 세금을 낼 필요가 없게 됩니다. 재산을 빼앗는 건 자연권 침해이니까요.

- 알겠습니다. 이름이 뭐죠?

- 벤입니다.

- 다수가 소수에게 세금을 물릴 경우, 즉 그 특정 세법에 대한 소수의 동의 없이 세금을 물릴 경우 그건 합의 없이 재산을 빼앗아 가는 것이고 로크는 거기 반대할 것 같다는 의견이군요. 벤이 로크를 이해한 방식에 부합하는 저서 속 내용을 알려드릴까요?

- 좋죠.

- 알겠습니다.

- 벤이 필요하다고 할지도 몰라서 제가 준비를 해왔죠.

 

“최고의 권력기관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의 재산을 빼앗을 수는 없다. 재산 보호는 정부의 목표이며 사람들은 그걸 위해 사회에 참여하므로 사람들의 재산 소유를 정부는 당연시 하고 요구해야 한다.” - 존 로크 -

 

로크의 책을 갖고 있는 분은 138절을 보세요. ‘최고의 권력기관도’ 그러니까 입법기관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의 재산을 빼앗을 수는 없다.’ ‘재산 보호는 정부의 목표이며 사람들은 그걸 위해 사회에 참여하므로 사람들의 재산 소유를 정부는 당연시하고 요구해야 한다.’ 사회에 참여하는 첫 번째 이유가 재산권 보호라는 얘기입니다. 재산권에 대해 말하며 로크는 종종 자연권 전체를 가리키는 통칭의 일부로 재산권을 언급합니다.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권리’라고 말하는 것이죠. 138절 앞부분에 나타난 로크의 생각은 벤의 시각을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사회에 속한 인간은 재산을 소유하고, 공동체의 법률이 인정하는 소유물에 대해 권리를 가진다.” - 존 로크 -

 

하지만 138절을 계속 읽어볼까요? ‘그러므로 사회에 속한 인간은 재산을 소유하고 공동체의 법률이 인정하는 소유물에 대해 권리를 가진다’ 보십시오. ‘그러므로 주인의 동의가 없다면 아무도 그 소유물을 가져갈 수 없다.’ 그리고 138절의 끝에서 로크는 이렇게 말하죠.

 

“그러므로 최고 권력기관, 혹은 입법기관이 국민의 재산을 자의적으로 처분하거나 가져갈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 존 로크 -

 

‘그러므로 입법기관이 자기 마음대로 국민의 재산을 자의적으로 처분하거나 가져갈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이게 바로 애매한 점이죠. 한편으로 로크는 정부가 국민의 동의 없이 재산을 빼앗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재산권은 자연권이라고도 말하죠. 하지만 무엇을 재산으로 보느냐는 자연적인 게 아니라 제도적인 문제고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는 겁니다. ‘공동체의 법률이 그들의 것이라고 인정하는 소유물’이 재산이죠.

 

“정부를 유지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정부의 보호를 누리는 모든 이는 정부 유지를 위해 자신의 재산에 합당한 액수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래도 그의 동의는 꼭 필요하다. 그들 자신 혹은 그들이 뽑은 대리인들이 승낙한 다수의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 존 로크 -

 

이어지는 140절을 보면 얘기는 더 복잡해집니다. 140절에서 그는 말하죠. ‘정부를 유지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정부는 비쌉니다. ‘정부의 보호를 누리는 모든 이는 자신의 재산으로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문장이 나옵니다. ‘그래도 그의 동의는 꼭 필요하다.’ 즉 ‘그들 자신 혹은 그들의 대리인들이 승낙한 다수의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로크의 얘기는 실질적으로 뭘까요?

 

재산은 자연적인 것인 동시에 제도적인 것이라는 말입니다. 재산에 대한 양도할 수 없는 기본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산은 자연적이죠. 재산에 관련된 제도도 있고 정부는 그걸 존중합니다. 그래서 자의적으로 재산을 빼앗는 건 자연법 위반이고 정당하지 않죠.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재산에는 제도적인 측면도 존재하죠. 뒤따르는 문제는 ‘무엇을 재산으로 보고, 어떻게 재산을 정의할 것인가? 재산을 존중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를 결정하는 게 정부라는 점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애초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합의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왜 합의에 의한 징세는 정당할까요? 그 합의는 세금을 내야 하는 빌 게이츠 자신의 합의가 아니라 그와 사회 구성원인 우리 모두가 자연 상태를 벗어나 처음으로 정부를 세울 때 했던 합의입니다. 집단적인 합의죠. 이 발췌문을 볼 때 합의의 역할은 아주 큰 것 같고 합의로 탄생한 제한된 정부는 많은 제한을 받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반박이나 질문 있는 분 없나요?

 

- 일어서서 말씀하세요.

- 제가 궁금한 건 이거예요. 이미 들어선 정부에 대해 로크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 정부 아래서 태어난 사람이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봤을까요? 로크는 그 점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

- 학생 생각은 어떤가요?

- 관습적으로 볼 때 정부를 벗어나서 사는 건 아주 어려울 것 같아요. 자연 상태에 사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모두 입법기관의 지배를 받으며 살죠.

- 그 질문은... 그런데 이름은 뭐죠?

- 니콜라예요.

- 오늘 시민사회를 떠나고 싶다고 해 봅시다. 그러니까 합의를 거둬들이고 자연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가요?

- 제가 직접 합의한 게 아니니까요. 우리는 그냥 이 사회에 태어났고 사회에 동참하기로 한 건 조상들이죠.

- 맞습니다.

- 니콜라도 저도 사회적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았어요.

- 그렇습니다.

- 로크는 거기에 대해 뭐라고 하죠?

 

- 말씀하세요.

- 서명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 같아요. 그 합의는 암묵적이고 정부 아래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으면 정부가 세금을 거둬가는 게 동의한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암묵적 합의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중 하나입니다. 암묵적인 합의는 진짜 합의만 못하다고 볼 수도 있죠. 니콜라는 왜 고개를 젓나요? 일어서서 말씀하세요.

- 제 생각에는 단순히 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해서 그게 꼭 정부의 형성방식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사회적 계약에 동참하기로 합의 했다는 뜻도 아닌 것 같고요.

- 즉 암묵적 합의는 우리 모두를 정부에 복종시킬 만큼 강력하지가 않다는 거죠?

- 그렇습니다.

- 꼼짝없이 붙잡힌 상태가 아니라면 세금을 내고 싶지 않은가요?

- 네. 제가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모두 뭉뚱그려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제가 지지하는 정책에만 돈을 내는 거죠.

- 그러니까 4월 15일 하루 정도는 자연 상태로 살고 싶군요. 사회 동참에 적극적으로 합의한 적이 없으니 의무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신중하게 행동하느라 법에 규정된 의무를 다하고 있나요?

- 그렇습니다.

- 그 문제를 본다면 로크의 다른 주장 하나를 거스르는 거죠. 타인의 물건을 뺏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요. 정부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아무것도 내놓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살고 싶다면 그건 좋습니다. 하지만 정부한테 아무것도 받지 마세요. 그래야만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니까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세금을 내야죠.

- 그러니까 학생의 말은 니콜라가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 건 좋지만 정부가 닦아둔 길로는 가지 말라는 거죠?

- 그렇습니다.

 

- 문제를 도로 이용 이상으로 넓혀보죠. 세금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 생명으로 넓혀봅시다. 징병제도라는 문제는 어떻습니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죠? 말씀하세요.

- 먼저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쟁에 나간다고 모두 죽는 건 아닙니다. 물론 가능성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그게 사형하고 같지는 않습니다. 징병제가 생명에 대한 권리 침해와 같은가라는 문제를 토론하려면 이런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진짜 문제는 합의와 자연권에 대해 그런 견해를 가진 로크가 자연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한 점입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이것이죠. 로크는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포기하기로 동의하는 걸 어떻게 설명할까요? 세금이나 징병제도에 대해 얘기할 때 말입니다. 로크는 자살에는 반대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살에 반대하지 않아요.

- 알겠습니다. 이름이 뭐죠?

- 에릭입니다.

- 에릭은 로크를 공부하기 시작할 때부터 우리가 고민한 문제를 다시 꺼냈습니다. 우리한테는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양도할 수 없는 권리가 있습니다. 자신조차도 그 권리들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죠. 합법정부는 정부를 제한하기로 한 우리의 동의가 아니라 그 권리의 제한을 받습니다. 우리에게는 권리를 포기할 권한이 없죠. 그것이 정부를 제한한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그 점은 합법정부에 대한 로크의 설명 중에서도 핵심입니다. 하지만 에릭은 이렇게 말하죠. “자살로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 없고 재산권을 포기할 수도 없다고 하면서 어떻게 다수가 우리를 강요해서 우리 생명이나 재산을 희생하게 하는 데 동의할 수가 있지?” 로크는 이 딜레마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니면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떠들면서도 전권을 가진 정부를 승인한 것일까요?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이 난관에서 로크를 변호해주실 분?

 

- 저요.

- 네, 말씀하세요.

- 저는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가지는 생존권과 정부가 한 개인의 생존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사실은 서로 다르죠. 징병제를 국가가 몇몇 개인을 뽑아 전쟁에 보내는 것으로 본다면 그건 그들의 생존권, 자연권에 대한 위반이겠죠. 하지만 징병제를 제비뽑기 같은 거라고 본다면 그건 전쟁이 발발했을 때 시민들이 대표들을 뽑아 전체를 지키게 하는 거죠. 시민 전체가 나가 싸울 수 없으니까 자신들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서 본질적으로 보면 무작위의 방식으로 대표들을 뽑자는 것입니다. 그럼 이렇게 선발된 대표들이 가서 시민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죠. 그러니까 선거로 정부를 구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알겠습니다. 민주적으로 구성된 정부는 시민들을 뽑아서 전쟁에 내보내 공동체를 보호하고 시민들이 권리를 누리게 할 수 있다는 얘기군요.

- 네. 제가 보기에는 입법기관에 보낼 대표자를 뽑는 것과 비슷한 일이니까요.

- 하지만 징병제의 경우 정부가 뽑는 건 전체를 위해 죽어줄 일군의 시민입니다. 그게 자유에 대한 자연권 존중과 양립할 수 있을까요?

- 저는 개인들을 선별해서 뽑는 것과 무작위로 뽑는 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 선별해서 뽑는 문제에 대해 말씀 드리죠. 그런데 학생은 이름이 뭐죠?

- 고클입니다.

- 고클은 개인을 선별해 뽑아서 목숨을 버리게 하는 것과 시민 일반에게 적용되는 법을 만드는 게 다르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로크의 대답도 바로 그것이라고 봅니다. 로크는 임의적인 정부에 반대합니다. 원칙 없이 빼앗아 가는 데 반대하죠. 빌 게이츠를 집어내 이라크 전쟁 군비를 대게 하거나 특정한 시민 한 명이나 집단 하나를 집어내 전쟁에 보내는 데 반대하는 것이죠. 하지만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률이 있어서 정부나 다수의 선택이 임의적이지 않다면 그건 시민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침해에 해당하는 건 자의적인 박탈이죠. 자의적인 박탈은 빌 게이츠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법의 지배는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죠. 그럼 재산에 관한 제도도 없습니다. 왕이나 의회의 변덕에 따라서 “너하고 너는 재산을 포기해” 혹은 “생명을 포기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의적이지 않은 법의 지배에 의간 것이라면 허용이 됩니다.

 

이제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그건 그다지 제한된 정부가 아니고 자유지상주의는 로크가 좋은 동맹군이 아니라고 불평할 거라는 생각이죠. 자유지상주의자들은 두 가지 점에서 로크한테 불만을 느낍니다. 첫째, 양도할 수 없는 권리 때문에 내가 진짜 내 주인이 아니라는 점이죠. 내 자연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는 내 생명, 자유, 재산을 버릴 수 없습니다. 그게 첫 번째 불만입니다. 두 번째 불만은 이것이죠. 일단 합의에 의해 합법정부가 세워지면 로크가 제한에 동의하는 건 자의적으로 생명, 자유, 재산을 박탈하는 것뿐입니다. 다수가 결정하면, 즉 다수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률을 선포하면, 즉 다수가 공정한 절차에 합의만 하면 침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도적인 징세든 제도적인 징병이든 권리 침해가 아니죠.

 

로크가 왕의 절대적이고 자의적인 권력을 우려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로크에게는 어두운 면도 존재합니다. 합의에 대한 고민한 이 위대한 이론가는 합의가 필요 없는 사유재산에 관한 이론을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로셜이 초반에 제기했던 문제로 돌아가죠. 그 문제는 로크의 두 번째 관심사가 아메리카였다는 점과 관계가 있을 겁니다. 로크가 말한 자연 상태는 상상의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태초에 전 세계가 아메리카였다’고 말했죠. 당시 아메리카는 어땠을까요?

 

정착민들이 땅에 울타리를 치고 원주민들과 전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로크는 아메리카 식민지 중 하나의 행정관이었고 그가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었던 건 합의 없는 울타리 치기와 경작을 통한 사유재산 획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합의에 기반을 둔 정부에 관한 이론을 전개해 왕과 자의적 지배자들을 억제하려고 했죠. 우리에게 남겨진 문제, 아직 답을 찾지 못한 근본적 문제는 ‘합의는 어떻게 됐고 뭘 할 수 있을까?’ ‘합의의 도덕적 힘은 무엇일까? 합의의 한계는 무엇일까?’입니다. 합의는 정부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다음 시간에 우리는 매매 과정에서 나타나는 합의와 한계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 저작권은 PBS / Harvard University에 있고, 번역은 EBS 방송에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상업적인 용도는 사용을 금합니다.

출처 : 책을 벗 삼아
글쓴이 : 문화재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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