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나 글로써 온전히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그러므로 지식이나 지혜를 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책에서 무언가를 제대로 얻고자 한다면 그 이전에 체험과 깊은 통찰이 있어야 한다. 《장자》의 <천도>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제나라 환공은 춘추시대 다섯째 손가락에 드는 춘추오패의 한 사람이다. 그가 대청 위에서 글을 읽고 있었다. 대청 아래서는 목수 윤편이 수레바퀴를 깎고 있었다. 윤편이 망치와 끌을 놓고 올라와 환공에게 물었다.
"읽고 계신 책에는 무슨 말이 있습니까?"
"성인의 말씀이다."
환공이 답했다.
"그 성인은 지금도 살아 계십니까?"
"아니다. 옛날 분으로 지금은 돌아가셨다."
"그러하다면 거기에 쓰여진 것은 성인의 찌꺼기 같은 것이군요."
"찌꺼기라고? 목수인 주제에 네가 무얼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하느냐. 그렇게 말한 이유가 합당하면 살려두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자 목수 윤편이 말했다.
"소인은 그저 오랜 생활의 경험에서 그런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수레바퀴 축의 구멍은 너무 크게 깎아도 못 쓰고, 너무 작게 깎아도 안 되는 법입니다. 굴대와 구멍이 꼭 들어맞아야 하는데 이것은 이를 잘 맞추어야만 되는 것입니다. 그 비결은 말로써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고, 또 절대로 우연찮게 맞는 것도 아닙니다. 소인이 자식에게 그 비결을 깨우쳐 주려 하나 좀처럼 안 됩니다. 그래서 나이 일흔이 되도록 여지껏 이 일을 소인이 직접 하고 있습니다. 성인들도 참으로 중요한 것은 글로 표현하지 못한 채 돌아가시지 않았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지금 읽고 계신 책도 성인의 찌꺼기 같은 것이 틀립없을 줄 아옵니다."
노나카 이쿠지로는 지식을 '암묵지'와 '형식지'로 구분한 적이 있다. 암묵지란 언어로 명확하게 전달하기 어려운 지식을 말한다. 설령 언어로 표현한다 해도 애매모호한 표현밖에 쓸 수 없는 지식이다. 앞의 이야기에서 윤편이 말한 기술이 바로 그러하다. 형식지는 언어나 문자등으로 명확하게 설명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지식을 말한다.
그렇다면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꾸는 노력과 기술이 있다면, 조직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지식을 회사 전체의 지식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박태일《비즈니스 교양 : 직장인이 알아야 할 모든 것》중에서